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고전문학이 오랜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문학을 전공한 두 친구가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과  더불어 이생규장전, 정수정전, 창세가 등 다소 생소한 고전까지 모두 열두 편을 고르고 이들 통해 고전들이 대중문화에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고전은 더이상 고리타분한 텍스트 속의 박제된 글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곁에 있음이다.

시대에 따라 고전의 해석도 변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옹고집전>을 읽으며 내가 다른사람과 구별되는 뚜려한 나만의 특징이 무엇인 생각해 보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나와 똑같은 복제된 인간이 존재한다면 나를 증명할 기준은 대체 무엇인지, 자이정체성과 복제인간과 관련된 영화 '아일랜드'를 함께 비교해보며 옹고집전에서와 같이 복제인간과 나란히 서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야 할 순간, 결국 영화에서도 가짜로 판명된 원래의 주인공은 죽임을 당하고 만다. 옹고집전이 이처럼 권선진악 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그럼 심청전은 어떤식으로 비틀어 보았을까. 저자는 능력도 없는 심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내겠다고 덜컥 약속까지 하고 그것도 모자라 팔려가는 딸을 붙잡지도 않았다. 게다가 뺑덕어멈에게 새 장가까지 든 파렴치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 심학규는 심청이를 주움으로 내몬 범인이며, 자신들의 뱃길 안전을 위해 죄없는 처녀를 희생시키는 뱃사람들 역시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그들역시 공범이며 시시각장애인인 심봉사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시주승 또한 심청을 죽음으로 내몬 공동 범인임에 틀림 없다. 단순히 심청의 효성만 칭송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 시대가 달라지면 고전 역시 그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춘향전의 이도령은 책임감 없는 부잣집 도령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사씨남정기에 등장하는 교채란은 진정 악의 화신이며 그녀에 대한 처벌은 정당했는지 묻고 있다.  남장을 하고 남편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랐던 정수정이나 죽어서까지 이승의 사랑을 못잊어 이생과 함께한 최량의 사랑 등 고전속 여성들의 삶과 사랑, 욕망과 사회적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한 그들의 운명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현재의 삶과 사회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제공한다.

 

선녀와 나뭇꾼은 금기를 지키지 않은 어리석음을 경계하거나 이상향에 대한 열망 등의 한정된 교훈만이 아닌 결혼을 둘러싼 갈등을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여 살펴 볼 수 있다. 결혼 후에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고 배우자와의 결혼이 여성 삶의 종착지가 될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잃어버린 날개 옷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저자는 또한 우리나라 '창세신화'와'유충렬전'을 살펴보며 충신의 대명사 유충렬은 과연 충신이었는지. 신분제도에 맞서 항거하다 이상향인 율도국으로 떠난 홍길동이 평화롭게 살던 섬사람들에 맞서 그곳을 빼앗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지, 율도국을 여전히 조선의 일부이라 여기며 그 역시 조선의 신하임을 자청한 길동은 과연 진정한 혁명가라할 수 있을지?  저자는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가 당연시했던 부분들을 되려 뒤집어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과연 그럴까? 라고.

 

이 책에서 고전 문학이 어떻게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재탄생하였는지 유사한 내용을 지닌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서로 비교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다.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한 이생규장전은 원스나 트와일라잇,  뱀파이어 헌터 D 등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받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였다.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매력적인 여전사 라라의 모습은 우리고전 박씨전이나 다른 옛이야기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대표적 대중문화 의 장르를 넘나들며 고전이 지닌 무한한 가치를 발견하고 고전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다시 태어날 가능성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고전이 우리 시대의 이야기와 많은 부분 유사하단 사실에 놀랍기도 했으며 젊은 시각으로 바라본 고전은 우리의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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