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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트위터의 문외한인 내게 이외수, 그도 트위터를 한다는 그것도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통한다는 조간 신문기사 한 줄에 가뜩이나 커다란 눈이 더 커졌다. 사실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트위터계의 간달프’, ‘소통의 절대자’‘꽃노털 옵하’등 다양한 닉으로 통한다는데 참 닉네임도 그답다는 생각이 든다. 넋 놓고 그의 글을 읽으며 어쩜! 이리도 짧은 글속에 많은 것을 담아 낼 수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 키득크득 웃어댔더니 옆에서 이상한 사람 처다보듯 한다. 생소한 팔로워라는 말과 함께 네티즌의 사랑과 인기을 받고 있다 사실을 단박에 드러내는 그의 글 옆의 팔로워들의 숫자를 세어보니 13만.... 신문기사가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음이다. 그리고 아들녀석에게 사정 반 협박 반에 뇌물까지 줘가며 배운 눈물겨운 노력으로 드디어 트위터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트위터의 묘미는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라는 점일게다. 하지만 아직은 보는 것에 만족한다. 그의 주옥같은 글들이 활자화 되어 '하악하악'이라는 제목으로 나온지 2년만에 '아불류 시불류'가 출간 되었단다. 솔직히 이 책이 기대가 되는 것은 책을 펼쳐 내가 접했던 트위터의 글들을 과연 몇 줄이나 만나게 될까하는 초보의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주위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느낀바 그대로, 그리고 그의 사색의 단편들을 기록한 몇 줄의 문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그의 글을 읽는 소소한 즐거움을 갖게 한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끊임 없는 노력과 눈에 보이는 체구와는 달리 강단있는 체력으로 보이지 않는 독자들과 글들 통해 소통하며 그들에게 위로와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고, 이이수 작가의 글이 생활의 작은 활력소가 되고 웃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네티즌 사이에 그의 글은 '이외수 어록'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국내 트위터 사용자의 대부분이 이외수 작가와 한번쯤 소통해 봤다 (그중 한 명이란 자부심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 p.37 중에서
음치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새로운 곡을 창작해 내는 재능의 소유자다. 일반 사람들은 주구장창 남이 만든 노래만 불러 댄다. 그러나 음치는 어떤 노래든지 불렀다 하면 자작곡이다. 얼마나 멋진가. 표절이 판을 치는 세상, 음치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 p.120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의 시련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의 말 한 마디가 위로와 힘이 되지 않겠는가. 지독한 음치인 내게도 용기 내어 노래 불러 보라고 자꾸만 부추킨다. 내 노래를 듣고 누가 뭐라거든 자부심까진 아닐지라도 이외수, 그이의 말을 들려 주리라.
그를 트위터로 만나보기 전에는 도인같은 기이한 외모와 그의 기행과 파격적인 면만을 부각시킨 방송이나 기사로 인해,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작가이기 보다 일반인과는 다른 좀 유별난 사람이라는 선입관이 있더랬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그의 모습이 기인에서 작가이며 예술가로, 도인에서 정감있고 감수성 풍부한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한 사람의 모습으로 오롯이 비춰지게 된데는 트위터에 올라온 그의 글들이 한 몫 했음이다. 한 줄 글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될 수 있음을 그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번 작품도 자연의 모습과 살아있는 생명들을 생생하게 세밀화로 표현한 정태련 작가의 그림이 곁들여져 '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도 더불어 함께할 수있다.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자신 역시 우주의 일부분이며 시간과 무관하지 않은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시간 속에 나와 우주가 그리고 모든 생명이 순환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我不流 時不流)”라는 함축적인 표현의 제목처럼 그 또한 젊은 날의 까칠하던 모습이 그가 살아온 세월과 더불어 유해지고 자연스럽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뛰어난 의학의 힘을 빌려 얼굴의 주름을 펴고 약을 복용하고 안티에이징을 부르짖을 지라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시간을 흘러가게 하는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