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삶의 거울 희곡에서 자기치유의 길을 찾다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을 쓰고도 넘친다며 굴곡진 삶과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곤 하지요. 책에는 여러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고 그 중 인간의 내면적인 삶을 그린 희곡은 배우의 대사와 몸짓을 통해 한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카메라와 편집 기술이 동원되는 영화와는 달리 관객들과 마주하고 희곡의 인물을 생생하게 연기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다. 배우가 희곡속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의 인생을 분석하여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내지 못한다면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우러나는 감흥을 전달할 수 없다. 내가 아닌 희곡속의 인물의 내면을 몰입하여 연기하다보면 숨겨둔 감정들이 한마디의 대사와 표정속에 녹아 들기도한다. 이처럼 희곡은 우리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으며 한 인물을 통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또다른 내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극에 미쳐 희곡을 몇번이고 읽으며 희곡속 인물을 분석하던 의대생이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동서양을 총망라하여 16편의 유명한 희곡을 선정하여 심리학과 접목시켜 <자아>, <소통>, <사랑>, <인생>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삶의 거울인 희곡에서 자기치유의 길을 찾아 보고자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책을 펴냈다.
실패와 좌절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은 여전히 알수 없는 미궁이고 거듭되는 배신으로 지칠지라도 인생의 매순간 들꽃처럼 숨겨진 작은 기쁨을 맛보며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지 않는가 생각하게 만드는 막심 고리끼의 <밤주막>, 부조리와 아이러니가 판치는 세상에서 언젠가는 더 멋지고 근사한 일이 생기리라는 기다림에 지쳐 자포자기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희곡으로 여성운동의 불을 지핀 작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인형의 집> 끊임없이 눈치를 봐야 하고 목끝까지 불평이 차올라와도 꿀꺽 삼켜야 하는 남루한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테네시 윌리엄즈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가족이라는 기계의 보속품이 되어버린 단조롭고 무기력한 삶을 원고지로 상징하고 그‘칸’ 속에 갇힌 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근삼의 <원고지>, 오직 돈이 인생의 전부인 수전노, 그는 돈돈하는 사람들을 속물취급 하면서도 돈 앞에 사랑이나 정의, 자아실현의 가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마는 이율배반을 담고 있다는 몰리에르의 <수전노> 등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 주변 인물이며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각각의 장에 각 희곡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분석한 '캐릭터로 보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통해 치유법을 제시하고 정신과 의사와 희곡 속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치유의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희곡에서 만난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상담 사례를 들어 그들과 카운셀링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민과 상처를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하고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마저도 어렵다면 스스로 자신의 자신의 상태를 올바로 직시하고 고립과 무기력의 고통에 신음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다독이고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희곡속 인물들과 가상의 상담을 통해 마치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깊은 통찰력과 섬세함으로 인간의 내면을 감지하고 기댈곳 없는 이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러한 역할을 이책이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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