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갖 입학한 내게 노래로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새롭고 흥미로웠다.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서정적인 노래가 시작되자 조용해 지고 뒤이어 연단에 오른 열띤 연사에 환호하고 힘께 박수 치고 구호를 외치고 호소력 짙은 노래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두 행진에 나서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노래의 또 다른 힘을 느꼈더랬다. 80년대 대학을 같이 다니던 바로 밑 학번 동생은 노래 꽤나 하였기에 노래패에 들어갔다. 노래패의 공연이 빈정부 시위로 연관되곤 하던때 인지라 부모님 몰래 공연다닐 때 조차도 음료수 사들고 갔던 일이 떠오른다. 기자 출신인 조용호씨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는 80년대 노래 운동을 배경으로 같은 노래패 동아리 활동을 하던 나와 연우 그리고 승미. 선화의 이야기다. 운동권 가요니 민중 노래니 하여 구분 짓기에 앞서 그저 노래가 좋아서 종종 공연을 보러 가곤 했으며 '오월의 노래' '마른 잎 다시 살아나' '광야에서' 같은 노래를 좋아 한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는 중간중간 마다 나오는 운동권의 명곡들과 칠레 가수 비올레타 파라의 이야기가 뜨겁던 청춘의 시절을 떠오리며 그리움으로 남은 아련한 추억에 젖어 본다. 최고의 노래꾼 연우와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승미와 선화, 그리고 승미를 사랑하는 나. 신문기자가 된 나는 둘의 사랑을 축복하고 승미를 가슴에 묻어 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객 연우가 나에게 비망록을 남긴 채 사라진다. 비망록에는 ‘사라진 노래를 찾아 떠난다’며 칠레의 가수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 〈생에 감사드리며〉의 가사가 유언처럼 적혀 있다. 나는 연우의 아내 승미에게 비망록을 건네고 그녀와 함께 연우를 찾아 나선다. 연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연우가 떠난 목적이 자신의 노래의 이유이던 여인을 찾아 나선 것이란사실을 알게 된다. 오랜 시절 대학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했던 선화라는 여인, 아쟁을 켜던 국악과 학생을 기억해 낸다. 소설은 두 여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우와 그의 아 버지. 연우에게 아내 승미는 에덴이며 선화는 몸부림치는 연옥이지만 고통이 없으면 쾌락도 없고, 번민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며 연우는 선화를 찾아 칠레까지 찾아간다. 승미를 보며 나는 오래전 잊은 승미에 대한 감정과 만나게 된다. 한때 좋아했지만 오래전 친구의 아내가 된 여인과 함께 그녀의 남편과 다른 여인을 찿아나선 나. 승미에게 눈에 보이진 않아도 존재로 느낄 수 있는 바람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애잔하고 안타깝다. 남편과 사랑을 잃었지만 주어진 자신의 몫의 고통을 견디고 살아갈 승미, 선화의 해금에 연우의 노래를 실어 그들만이 낙원을 꾸리길 바래 본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노래는 사랑을 싣고 자유와 이상을 싣고 사람들의 가슴을 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