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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평점 :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20세기, 백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굳건하게 한자리에서 지키고 있던 '집'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탈리아의 한 농가를 무대로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마침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가의 순환 과정과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의 땀이 베어있고 희노애락이 묻어있는 공간인 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진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집이 들려주는 세월이야기다. 세월의 더께 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들어 보자.
그림책이라 하기엔 너무 사실적이고 섬세함에 경탄하며 첫 장을 넘긴다. 실제로 사람과 자연의 변하하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있어 그곳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가민히 그림에 귀를 기울여 보면 왁짜지껄한 소리,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신랑과 신부의 행복한 모습에선 사람들의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기의 탄생과 세례 받는 그림에서 축복과 기쁨의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고 슬픔에 잠긴 부인의 그림에선 우울하고 침울함 마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남편이 아마도 1차 대전중에 전사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존재하고 변해 왔는지, 그 집에 사는 이들의 진짜 삶은 어떠했는지를 장중하고 때론 힘차게, 글과 그림으로 간결하게 보여 주고있다.
낡은 집 한 채, 수 만가지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집. 이 낡은 집에선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았으며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그저 돌과 흙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비로소 집이 지닌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따라 집의 분위기도 바뀌고 집안주인의 취향에 따라 특별한 안락하고 따뜻한 공간이 된다.
아름답고도 간결한 싯구로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짚어가며 집과 사람, 그를둘러싼 자연경관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집은 그냥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해마다 변하하는 풍경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바뀌는 새로운 자연의 모습과 철따라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다음 장에선 과연 어떻게 변했으며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상상해보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만들어 가며 각자의 상상력으로 보이지 않던 부분들까지 꾸며가며 읽다보면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여타의 책과는 다른 특별한 재미를 별견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마치 숨은그림을 찾듯 뚫어지게 보고 있던 아들녀석은 우물이 펌프로 바뀐 사실과 이이들의 완장에 이탈리아 국기를 발견하기도 하고 전쟁중에 창문이 부서 졌다는 세심한 부분들까지도 읽어 낸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들여다 보다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아파트라는 폐쇄되고 천편일률적으로 디자인된 현대의 공동 주택에는 세월과 함께한 역사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해 내곤 무척 아쉬워 한다.
이 그림책의 집에선 사람사는 냄새도 나고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들린다. 가을 밀 수확기엔 들녘이 온통 누렇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집은 온통 하얀 색이다. 그 집의 안주인의 장례식에는 비가 내리고 집을 둘러싼 모든 풍경들이 침묵속에 안주인의 죽음을 애도 한다.
1900년에서 1990년까지, 백년의 세월동안 이사, 결혼, 탄생, 죽음, 전쟁, 이별 등 기쁨과 슬픔, 삶의 변화와 살아 숨쉬는 세월을 담은 이 책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고, 보는 이들에 따라 수만가지의 이야기로 재탄생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집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테고 내일의 일들이 더해져 하나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그 집이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