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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서유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송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서역까지 가는 여정을 책임질 삼장법사를 떠올릴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어디에도 삼장법사와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는 없다. 뿐만아니라 도술이나 변신술에 능한 요괴 역시 없다. 다만 우리에게 알려진 삼장법사의 실제 모델이된 현장법사의 업적과 그의 깊은 학식, 구법여행을 따라가며 지금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본 모습을 낱낱이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은 서유기속의 삼장법사처럼 우스꽝스럽고 고지식하며 나약하기만 할까? 그 해답을 찾아 보고자 한다.
현장법사는 실존 인물로 서유기는 현장법사가 저술한 『대당 서역기』와 그의 전기 『대자은사 삼장법사전』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작가 오승은에 의해 쓰여진 허구와 상상속 인물들의 이야기로 중국의 4대기서로 꼽히고 있다. 소설 속 삼장법사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석가모니가 있는 천축으로 불경을 구해하기 위해 81가지의 재난을 헤쳐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여행길에 요괴와 마귀를 만나기도 하고 옥황상제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온갖 재난을 이겨내고 결국 불경을 가지고 돌아 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과 현장법사의 구법 여행기는 얼만큼이나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두께도 만만치 않은 '현장 서유기'를 통해 현장법사를 만나보고자 한다. 그는 실제로 13세에 불문에 귀의해 19세에는 고승으로서 명성을 얻을 정도로 깊은 학식과 뛰어난 언변을 지녔다고 한다. 현장법사의 실제 여행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현장법사는 당 태종의 어명이 아니라 홀로 국경을 넘어 구법 여행을 시작한다. 당시 건국 초기였던 당나라의 국외 출입 금지령 때문에 현장법사는 남몰래 국경을 넘어야 했으며, 장안 도성에서 시작한 구법 여행은 국경을 넘기도 전에 관문에서 잡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때마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로 곤경을 면하게 되고 그의 구법 여행은 온갖 고난과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막하연적 같은 사막을 건널 때 길을 잃고 탈진해 신기루와 같은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때문에 소설 '서유기' 속의 요괴와 마귀로가 등장하게된 것은 아닐까. 강도떼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하고 소설 속에 여인국인 '서량여국’은 동녀국이나 서녀국이란 기록상의 나라를 모델로 했던것 같다.코초국, 쿠차국, 아그니국, 우전국, 코샴비국 등을 거치며 각 나라의 지형, 풍속, 종교 등 세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역사를 기록하는 전통이 없던 인도의 역사와 문화, 고대국가들의 기이한 전설등 현장법사가 구법 여행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바를 실감나게 적고 있다.
인도에 당도해서는 불교계 최고의 학부라할 수 있는 날란다 사원에서 최고 고승들과 학문 대결을 펼쳐 그의 학식을 널리 알리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나약하고 소심한 삼장법사와는 다른 현장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삼장법사와 현장법사의 이처럼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소설 『서유기』가 집필된 시기가 명나라 말엽, 도교의 횡포와 폭정으로 인한 백성들에게 불교는 아무 구실도 못하고 무력했기 때문이다.
현장법사는 구법 여행에서 돌아와 불경을 번역하는 일에 여생을 바친다. 당 태종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인재들을 직접 뽑아 원본에 충실한 번역을 원칙으로 구법 여행 최대의 목적이었던 『유가사지론』의 번역에서부터 『대보살장경』, 『대비바사론』, 『대반야경』 등 수많은 불경을 번역했다. 또한 산스크리트어와 중국어에 능통했던 현장법사는 『대승기신론』과 노자의 『도덕경』과 같은 한문경전을 산스크리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현장법사를 진정한 학승이요, 불교학자로 불교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동방학의 거장 지셴린은 “진리 탐구에 신명을 다 바친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보다 현장법사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라고 현장법사를 평가했다.
모험가이며 여행가, 불교 학문을 탐구하고 부처의 말씀을 널리 설파하는 데 생애를 바친 현장법사의 이야기는 '서유기'보다 더 사실감 있고 흥미진진하며 동시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