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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슬라이딩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아들, 딸 차별하지 않으리라 여기며 두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여자라서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과 종종 마주하게 된다. 남녀차별적 편견에 맞서 당당히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릴적부터 한살터울 오빠와 나란히 태권도며 캠프에도 빠지지 않고 보냈었다. 또래 아이들 보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그래서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힐러리와 미셸에 푹 빠진 딸이 덕에 이 책의 주인공 조엘을 만나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평범한 그녀는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관련 기사나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론 직접 야구를 하는 것이란다. 그런 그녀에게 야구를 하지 말고 다른 종목의 운동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그녀는 선택의 여지 없이 좋아하는 야구를 포기해야만 할까. 그녀의 야구사랑과 야구에 대한 도전기를 지켜보기로 하자.
미니애폴리스에서 야구선수로 맹활약하다가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의 후버 중학교로 전학 온 조엘. 야구가 그녀의 전부라 할 만큼 좋아하는데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는 남자들만 야구부에 들어갈 수 있고, 여자들은 소프트볼만 할 수 있단다. 남자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조엘에게는 오디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야구부 코치, 규칙이라는 말로 당연하다는듯 야구와 비슷한 종목인 소프트볼을 하라는 교장선생님, 말도 안 되는 남녀차별에 화가 난 조엘은 교육감까지 찾아다니며 설득해 보지만 규정만을 내세우는 어른들의 되풀이되는 같은 말만 들어야 했다. 자신의 꿈을 단지 남녀차별이라는 고루한 편견에 막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조엘은 야구부에 들어가 좋아하는야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역 신문에 투고를 한다. 그 결과 지지를 얻기도 하고 반대와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녀는 자신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들만이 리그를 생각해내게 되고, 그녀들만이 방식으로 여자야구리그를 만들기 위해 포스터를 손수 만들어 붙이기도 하는 등 각종 캠패인을 벌이기 시작한다.
평등과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조차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아직도 우리가 마주해야 할 벽들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한 어린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과장이나 보탬없이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를 딸아이는 무엇을 생각하며 읽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조엘을 보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겠다는 투지를 불태웠을지, 남녀차별의 벽이 높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을까. 차별 앞에 분노하고 앞으로의 길을 생각해 보았길 바랄 뿐이다. 비슷한 스토리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가 떠오르는 이 책은 재미있고 사실적이기에 하루 사이에 딸아이와 내가 읽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금새 읽힌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건, 책속에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갈등,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밝고 힘차게 생활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조엘이 학교 야구부 가입을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 해도 독불장군 식으로 밀어 붙치거나 남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에게도 진심을 보이고 다가가는 법을 배우며 조엘은 한층 성숙해 진다. 여자야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맞딱뜨리게된 많은 이들과의 갈등을 어린 소녀는 하나씩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조엘의 앞길을 막아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가 씩씩하게 헤쳐나아가리란 것을 우린 알고 있다.여자야구리그가 활성화되고 흥미진진한 야구 경기를 기대하는 딸아이의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후는 읽는 이들의 상상으로 남겨두는게 더 좋을 수 있다는 결론에 합의했다.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해소해가는 화해의 과정을 딸아이가 스스로 배워나가길 바란다. 조엘과 친구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