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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셰스쿠 - 악마의 손에 키스를
에드워드 베르 지음, 유경찬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4월
평점 :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제일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배우는 것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이야기일게다. 그리스,로마사를 빼놓고선 서양사를 논할수 없음이며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동유럽이나 아시아권의 역사에 관해선 전공을 하지 않은 다음에야 상세히 배울 기회가 없다. 게다가 세계대전 이후의 동유럽사에 관해선 거의 알고있는 바가 없다.
영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마지막 황제'의 저자이며 뛰어난 언론인이기도한 에드워드 베르에의해 쓰여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일대기에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공산주의 국가의 폐쇠성 때문인지 루마니아를 비롯한 독재국가에 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증인들의인터뷰를 통해 보잘것없는 한 농부의 아들인 차우셰스쿠가 어떻게 젊은 나이에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공산당 조직을 장악할수 있었고 마르크스-레닌주의 정권을 설립하여 그토록 오랜기간 집권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게구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그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당 관료, 군 동료및 조직원들을 인터뷰하였으며 차우셰스쿠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요리사, 주치의, 경호원과 하인들을 일일이 만나 그의 사생활과 가정사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루마니아 전역에 기회주의자들을 양산시키고 전국을 방대한 조직의 비밀경찰들의 감시하에 두고, 인민들은 겁주고 침묵하게 만든 한 독재자의 일생을 통해 루마니아의 과거를 되돌아 보고 공산화되는 과정과 풍요롭고 자유롭던 한 나라의 역사속에 남은 과거의 흔적들을 돌이켜 보며 남의 나라 일이라 여길수 만은 없는 이유는 북한의 독재정권을 떠올릴수 밖에 없음이며 독재정권하의 루마니아인들의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에 마음이 저릿해 온다.
1989년 크리스마스가 있던 주일,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 엘레나 차우셰스쿠의 재판이 남긴 한편의 영상이 텔레비전에 생생하게 보도되자 독재자의 최후를 지켜보며 비로소 사람들은 이들 부부가 어떻게 오랜 세월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궁금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루마니아가 왜 그렇게 오랜 세월 공산주의 우상에 떠말려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비극의 역사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곳곳에 생소한 지명들이나 어려운 인명들 때문에 이 책을 읽는것이 녹록치 만은 않았지만 공산권국가를 조금이나마 알게된 것은 커다란 성과였고 소중한 경험이였다.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사라졌지만 루마니아는 과거에 자행되었던 족벌 정치의 후유증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여있으며 여전히 국민들은 고통속에 생활하고 있다. 또한 그의 몰락이 독재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절대 권력을 휘두를 또 다른 이름의 차우셰스쿠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지도자는 사라졌지만 그 체제나 기구, 독재에 항거하며 없애려했던 수많은 잔재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가동되고 있음을 상기하며 또다른 독재국가인 북한의 내일을 가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