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이란 것을 요즘사람들은 알까. 어릴적 창경원 벗꽃이 만발할 때면 색색의 등과 팦콘을 뿌려 놓은듯 하얀 꽃잎에 온통 마음을 빼았기고 넋을 잃고 바라보노라면 사람들의 행렬뒤로 어김없이 온갖 장난감을 자전거에 그득 실은 아저씨가 따르고 있었다. 그 중 단연 내 관심을 끈 것은 검은 통속 거울을 통해 반사된 형형 색색의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들을 들여다게 볼수 있게 만든 신비한 만화경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딴 세상인양 한가지라도 같은 모양이 없는 신기한 만화경에 정신이 팔려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있다 뒤늦게 찾으러 오신 엄마의 꾸지람을 들어야만 했었다. 나중에야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만화경의 원리를 배우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유원지에서 보았던 그 때만큼 내 마음을 빼앗진 못했다. 요이야마란 일본 3대 축제인 교토의 기온축제 중에서도 절정의 밤을 말한다. 이런 밤을 무대로 벌어지는 6가지 에피소드가 서로 연결되어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토끼의 뒤를 쫒아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듯 요이야마축제 자체가 하나의 환상의 세계처럼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 낸다. 아마도 축제 특유의 설레임과 화려한 조명, 붐비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함과 그속에서 들뜬 사람들의 마음을 현실과 상상,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한순간의 달콤한 일탈을, 겉과 안이 전혀 다른 거대한 만화경을 들여다 보듯 얽히고 설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리면 온겆 모양이 보이지만 결국은 다같은 만화경 속이라 다른듯 연결된 이야기다. 발레 학원에 다니는 자매는 축제가 한창인 거리로 나갔다가 서로의 손을 놓쳐 길을 잃게 된다. 골동품 노점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화경 속에서 1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의 모습을 발견한 아버지, 그는 매일 매일은 요이야마일 이다. 딸을 잃어 버린 요이야마 당시 모습의 딸아이를 그는 늘 만나고 있다. 요이야마일을 반복해서 살게 된 골동품점 남자, '초 금붕어'를 만들겠다던 엉뚱하도 괴상야릇한 고등학생, 고향에 놀러온 친구를 골려주기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가짜 요이야마 축제를 꾸미는 남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들이 만들어낸 괴이하고도 신비한 한여름밤의 꿈과 같다. 결국은 요이야마 축제의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자 나중에는 하나로 연결됨을 알수 있다. 축제는 모두를 하나로 만든다. 그리고 한바탕 축제의 막이 내린다. 사람들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다. 요이야마는 따분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잊을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내게 축제라는 단어는 어린시절 벗꽃축제의 경험이 제일 먼저 떠오르듯 이들에게도 요이야마가 그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