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이해선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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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장소이다. 한참 연애하던 시절 그가 갑자기 직장일로 인해 제주도에 당분간 내려가야 한단다. 갑자기 다같은 우리땅이란게 무색하던 시절인지라 비행기는 신혼여행이나 수학여행 때나벼르고 별러야 타보던 때였다. 그렇게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도 못하며 편지와 전화로만 그리움을 다랠 수 밖에 없었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직장일이 끝나면 잔돈 바꾸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나 또한 그의 전화를 기다리는게 어느덧 하루의 커더런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던 중 큰 맘먹고 연휴를 맞아 명목상은 친구와의 여행으로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게 되었다. 그 때 만난 제주도의 푸른 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이런 별천지 같은 곳이 있구나 생각했다. 서해바다만 줄곧 보아왔던 내게 쪽빛바다색은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아름다웠다. 그 후로 여러차례 제주도를 다녀왔어도 그가 꼭 보여주고 싶고 함께 걷고 싶다던 작은 길, 제주도의 숨은 비경은 엽서속 그림이였다. 북적이는 관광객이 없는 작은 해안도시, 아담한 작은 분교, 탐스런 수국이 빼곡히 자리한 예쁜 돌담길.... 딱 10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오자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켜 식구가 늘어 아들,딸 앞세우고 같은 곳을 돌아 보았다. 몇칠 새로 도로가 뚫리고 빌딩이 들어서는 도시와는 달리 제주도는 그 때 그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릴 맞아 주었고 옛 추억을 느낄수 있다. 그 곳이 지금은 올렛길이 되었단다. 해안가를 따라 걷던 그길도, 야트막한 뒷동산 같은 오름길도...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수없이 그 길을 걸었을 작가는 어지간히 걷는걸 좋아하는가 보다. 올레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었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사진을남길수 없었으리라. 올레길 구석구석을 걷다 만난 소박하고 멋드러진 풍경과 넉넉한 인심이 그가 찍은 돌담길에도, 푸른 잉크를 풀어 놓은듯한 바닷물에도, 천진 난만한 섬 아이들의 얼굴이나 주름진 어르신들의 얼글에 베어져 나온다. 해녀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네들의 마지막 남은 자부심도, 제주 특유의 하르방의 미소는 영락없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정감있는 미소를 닮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오름을 닮았음이다.

 

걷는걸 좋아하기에 전세계의 이름난 트레일 코스를 부러워했더랬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길, 페루의 잉카 트레일, 히말라야 트레일 등 전세계인들이 찾는 길위에 당당히 우리의 올레길도 이름을 올리게 되어 우리도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우리가 먼저 발견한 길인데 소중한 추억의 장소를 남들에게 빼앗긴것 같다는 투정섞인 말에 남편은 길은 우리 것이 아니고 아름다움은 함께 할 때 비로소 빛이난다며 추억은 아무도 빼앗을 수도 지울수도 없는 기억이란다.

제주도는 늘 내게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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