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의례 위인전 전집을 사는 것이 관례아닌 관례가 되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당연히 위인전 세트를 사 놓고선  벌써 우리 아이가 다 읽기라도 한듯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현자 곽재우'란 책을 접하며 아이들에게 곽재우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아이들이 모른다고 답한다. 그럼 홍의 장군은 들어본적 있느냐는 물음엔 인삼을 원료로한 음료라는 동문서답을 듣고 오늘날의 교육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곽재우가 임진왜란때 붉은 옷을 입고 의병을 이끌고 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장수임을 알고 있었지만 현자라는 글귀에 의아해 했다. 용장이나 맹장, 의병장도 아닌 왜 하필 현자일까, 내 짧은 지식을 부끄럽게 여기며 구석에 꽂혀있는 위인전을 아무리 뒤져도 그에 관한 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으로 널리 알려진 의병장 곽재우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소설 '현자 곽재우'의 첫장을 넘겼다. 

이수광은 『지붕유설』이라는 백과사전을 편찬하면서 인물편에 2대 명장으로 이순신과 곽재우를 꼽았다. 임진왜란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풍전등화 같던 조선을 구하고저 목숨 바친 수 많은 장수들 중에 우리가 잘 아는 이순신 장군이 있으며 권율, 황진, 김천일, 조헌, 김시민 등 만은 장군들이 있음에도 굳이 의병장이였던 곽재우릉 택했을지 의문이였다. 사실 곽재우에 관한 글은 이렇다할 것이 없으며 이순신이나 권율 장군의 일대기 한 켠을 차지할 뿐인데. 작가 조민 역시 이런 의문에서 시작하여 곽재우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한 역사적 사실과 고증을 바탕으로, 그의 손을 거쳐 곽재우가 소설로 우리에게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비단 의병장으로서 뿐만아니라 곽재우의 삶 전반에 대해 재조명한 이 책은 그가 현자로 불려 마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조정의 부페, 어려운 백성들의 생활상, 그리고 그 속에서 곽재우가 겪어야 했던 고민들과 선비로서의 삶에 대해 상세히 적고 있다. 어린시절 그가 남명 선생밑에서 공부했으며 그의 외손녀와 결혼한 사실 또한 새롭기만 하다. 학식과 덕망, 뛰어난 전술과 용병술까지 두루 갖춘 인물임을 우리는 왜 여태 모르고 있었을까. 이수광이 그토록 칭찬할 만큼 곽재우는 훌륭한 인물이었다. 전쟁에서의 활약 뿐만 아니라 학자로서 선비로서 충의를 지키며 청렴한 인물이였음을 이제사 알게 됨을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야 할지, 왠지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홍의장군으로 불렸던 곽재우, 그는 전재산을 털어 의병들을 먹이고 입혔건만 간신배의 모함에 빠져 세 번의 투옥과 한 번의 유배를 겪으며 "세상이 슬프구나. 즐거운 날보다는 고통스러운 날이 더 많고 군자보다는 소인배가 더 많으니 살아가는 즐거움이 없구나. 의로운 사람은 세상을 구하나 현명한 사람은 세상을 피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세상을 구하지도 피하지도 못했으니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 고 탄식하며 세상을 등지고 비슬산에 올라 홀로 도를 깨우친다. 
평생을 의를 쫒으며 살았던 그의 삶을 되돌아 보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바친 독립투사들의 삶과 겹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위인이 존재한다는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니 마냥 기쁠수 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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