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있니? 그런데 아이야 소원을 빌기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단다." 왜 이 한문장에 소름이 돋는걸까. 우리는 소원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난발하는 건 아닌지, 무엇을 원하고 바랄 때, 어떠한 일을 판단할 때 조차도 너무 쉽게 결론을 내버린곤 한다. 한번 밖으로 밷어진 말은 주어 담을 수 없기에 말을 함부로 하지 말며 신중을 기하라는 말은 어느새 고리타분한 말이 되버리고 말도 않되는, 말 같지도 않은 유행어들을 서슴치 않고 주고 받는다. 누군가 당신에게 단 한가지의 소원을 들어준다해도 아무 생각없이 말 할 사람이 있을까? 여기 소원을 들어 주는 남자가 있다. 신비하고 기괴한 그의 이야기가. 한적한 소도시 레드포드, 롤랑 거리 6번가, 그곳에 보기 드문 7층건물이 있다. 그 거리의 명물이기도한‘보이드 씨’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소유한 그 곳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둘러싼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따라 저택에 세입자들의 과거를 거슬러가다 보면 어느덧 얽히고 설히어 있지만 결국은 한사람을 중심으로 향함을 알수 있다. 그는 성실하고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청년 라벨이다. 그의 수줍은듯 선하고 평온한 분위기 뒤로 젊은이 답지 않은 깊은 고뇌와 비밀을 숨기고 있다. 라벨은 그 저택의 3층에 거주한다. 그의 비밀은 뭘까. 저택의 거주자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길래 갑자기 그 건물에 살던 사람들이 세명씩이나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보이드 시의 저택'을 수사해줄 것을 경찰에 의뢰하게 된다. 엄습하는 기묘한 일들,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남자’를 둘러싼 기이한 인연. 각층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옵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은 추리 소설을 읽는듯 하다. 내주위에 누가 사는지, 아파트 현관 문만 열면 맞딱뜨리는 옆집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이름조차도 모르며 살고 있다. 집 한 채 한 채가 멀찍이 떨어져 있던 그 옛날에는 이웃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훤히 알고 지냈다던데 삭막한 도시의 삶이 '보이드 씨 저택'의 거주자들보다 나을것도 없지않은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나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 어쩌면 그들이 보다 행복해 질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사랑이 증오로 변질된 서글픈 결말을 맞게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의 소원은 모두 들어 주되 정작 본인의 소원은 이룰수 없는 그 남잔 동화속 소원을 들어 주는 요정들처럼 다른이의 소원을 들어 주며 행복했을까. 아니다. 그는 소원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충고하기도 하고 때론 소원을 들어 주며 가슴 아파 하기도 한다. 그럼 소원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만족하고 행복한가. 그것 역시 아니다. 물론 행복한 결말도 있지만 소원은 스스로 노력하여 이룰대 비로소 보람되고 참된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