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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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나이면 과연 인생을 얼마나 알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 아니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꿈궈온 인생과 실제의 인생은 다르다는걸, 가짜와 진짜를,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이이는 그렇게 서서히 어른이 되는가 보다. 어른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일만은 아니지만 어른들의 낯선 세상에 한 발짝 다가선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윌리엄, 나이는 비록 열세살이지만 어느날 닥친 할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며 자신의 슬픔보다 나이어린 동생을 더 생각하는 의젖한 오빠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침, 식탁위를 날아다니는 말벌 한 마리를 죽이는데, 그것을 본 여동생 비올렛이 갑자기 울기 시작하다. 영문을 모른채 쳐다보는 오빠에게 대뜸 "오빠가 할머니를 죽였어"라고 말하면서. 도대체 말벌이 할머니라니 그 순간 동생이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인지, 너무 순진한 것인지 잠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오빠는 그런 동생을 위로하고 동생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한다.
 
왜 여동생 비올렛은 뚬금없이 말벌을 할머니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 할 만하다. 할머닌 평생 고무줄 공장에서 일하면서 공장 너머의 세계를 꿈꿔왔었다. 그리곤 자신이 꿈꿔오던 인생을 아이들에게 들려 주셨다. 마치 진실인양,  동화처럼. 어느 순간부턴가 윌리엄은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가 사실과는 다른 가짜임을 알게 되지만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기엔 아직은 어린나이리라. 할머니의 모든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있는 여동생 앞에서 그는 마음속으로 갈등하지만 어린 동생의 꿈을 깨뜨리지 않고 지켜주고자 한다. 할머니를 대신하여 말벌의 장례식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치른다. 그리곤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떠나 할머니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소중히 기억하게 된다.
 
 "내말좀 들어봐. 할머니는 죽었고, 네가 숲에다 묻었어. 아빠와 엄마는 묘지에 묻을 거고. 그리고 나는, 나는 여기에 묻을 거야" 그가 가슴을 두드리며 동생에게하던 말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그가 좋아하던 음악, 좋아하던 음식, 즐겨 쓰던 말, 심지어 그의 표정이나 습관까지도 기억하며 그리워한다. 사랑하는 이를 각자의 방법으로 기억하는 것이리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윌리엄을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윌리엄보다 나이많은 아들을 둔 엄마임에도 늘 성장소설을 읽으면 조금씩 성숙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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