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마음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오래된 연장통』이란 책 제목을 보고 언듯 떠오른 것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직한 구석기 이후로 많은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최첩단기기에 이르렀기에 그 과정을 바탕으로한 인간의 분석 쯤으로 생각했더랬다. 허나 도구의 진화과정이라든지 반도체 메모리의 획기적인 발명으로 인한 기술을 설명한 학문도 아니고 진화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우리 일상생활을 진화심리학이라는 전혀 생소한 학문을 통해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의 행동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인간의 마음과 본능, 욕망의 실체와 마주하게 한다. 또한 진화심리학에 대해 전문가의 해설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그동안 가져왔던 오해나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소 할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 진화를 거듭하다
진화심리학은 인간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조상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딪쳐왔던 여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적응하고 해결하게끔 설계된 다양한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라 정의한다.
인류의 조상들이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며 아프리카 초원에서 생활해야 했기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잘 구별하기, 무서운 포식자를 피기,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매력적인 이성을 고르기, 신선한 음식을 구하기, 안전한 거처에서 지내기, 적의 침입을 막기 등 필요에 따라 우리 마음이 그에 적응하기위해 설계되었단다. 야외에서 캠핑을 하다 보면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병따개, 칼, 망치, 드라이버, 톱 등 일면 맥가이버 칼처럼 여러 연장들이 필요하듯 인간의 마음 또한 각각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심리적 ‘공구’들이 빼곡히 담긴 연장통과도 같다고 말한다.
농경 사회나 200년도 채 되지 않은 현대 산업 사회는 복잡한 신경 구조의 진화를 수반한 복잡한 심리적 적응이 출현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기에 우리 마음은 톱이나 망치, 드라이버처럼 전통적인 공구들만 들어 있고 현대에 비로소 필요성이 대두된 첨단 공구들까지 구비되지는 않은 오래된 연장통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가 달고 기름진 음식에 끌리는 원인을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과거 환경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원을 섭취할 수 있도록 열량이 높은 음식을 달게 느끼게끔 설계된 심리가 원인이란다. 이렇듯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어떤 먹거리를 먹을 것인지, 어떤 배우자를 고를 것인지, 어떻게 비바람과 적을 피할 것인지 등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안고있던 일상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가정하에 마음이 설계된 목적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마음과 욕망, 본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진화심리학이 심리학의 곁가지 정도가 아닌 엄연한 과학의 한 분야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인의 마음과 각종 사회문화 현상 등을 파헤쳐 봄으로써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해 주는 매우 쓸모 있는 연구이다.
이 책은 과학을 재미 없어하고 다윈의 진화론이나 선택설을 단지 화석을 들여다 보며 연구하는 따분한 학문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생활에 접목하여 알기쉽게 설명하고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있고 공감하는 지상파 방송이나 인기 연애인들의 예를 들고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왜 인간은 다른 영장류들과 달리 털이 없는지, 인간은 발정기가 없는지 등 인간의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왜 MC 유재석의 자학 개그에 박장대소하는지, 왜 연예인의 가십에 귀를 쫑긋 세우는지, 왜 카페에 가면 창밖이 내다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는지, 매운 음식이라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도 사족을 못 쓰는지 등 인간의 행동들까지도 모두 잘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인간의 도덕성이나 각종 사회문화적 현상들까지도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에서 진화의 근거를 찾고있는 내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나의 시야를 넓게하는 한편 과학적 사고로 내주위를 바라보게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멀게만 느껴지던 진화와 다윈이 친숙하게 내게 성큼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