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일에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람들이 고루 행복하게 잘 살수는 없는건지, 인도의 하층계급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이야기는 제각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지금의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네 사람의 간절함이 베어있는  삶의 모습들을 여과 없이 그리고 있다. 그들의 절망적인 모습을 통해 인도인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이글은 내가 가진 것들에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을 갖게하는 동시에 너무나도 가슴아픈 이야기이다.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삶이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인 동시에 희망을 표현한 절실함이 묻어있다. 로힌턴 미스트리 만큼 인도를 인도 그대로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 인간의 고통에서 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을 조상 대대로 내려온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자신의 처지를 그만큼 상세히 설명하기 힘들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아픔을 승화 시키는 위트와 유머는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 짓게 만든다.
 
신혼 초에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던 디나는 생활고 때문에 하숙생을 들이기로 한다.그녀의 집에 하숙하게 된 마넥은 산골 마을에서 작은 식료품점을 하는 부모님의 기대로 내키지 않지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 사람 많고 회색빛의 우울한 신흥도시 붐베이로 오게 된다. 그러나 대학 선배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이겨 기숙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어머니의 고교 동창생인 디나의 집으로 오게 된다.
 
디니는 재봉일로 생계를 꾸려 왔지만 눈에 무리가 오게 되어 불가촉천민 출신의 재봉사들을 고용하게 된다. 재혼을 독초가는 오빠에게 독립하여 그녀만의 삶을 꾸려나가기란 가부장적인 인도사회에서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어쩔수 없이 영세자영업자의 길을 걷게 되지만 삶은 그녀의 뜻과는 다르게만 이어지고. 
 
한편, 무두질과 가죽 세공을 하는 차마르 카스트 출신의 이시바와 조카 옴프라카시는 재봉사를 구하는 디나에게 고용되어 열심히 일하며 불가촉천민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네명의 주인공은 디나의 집서 함께 만나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들이 살아온 가슴아픈 사연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그들에게 희망이란 대체 무엇일가 생각해 본다.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가진 것을 다 잃고도 어쩔수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힘겨운 삶. 카스트제도에 반대하며 제봉사가된 불가촉천민, 가난한 학생 운동가. 아마도 적절한 균형이란 이들 삶의 역설적 표현이 아닐런지. 크기를 가늠할수 조차 없는 절망. 그와 대응할 만큼의 희망이 그들에게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그러면 희망이 없다는 건가요?” 그녀가 그의 말을 끊었다.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사실, 우리 삶이란 게 사고의 연속이죠. 우연한 일들이 쩽그렁하고 연속해서 일어나거든요.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선택의 연속이 바로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큰 불행으로 이어지죠.”  ( 본 문 중)

그들에게 선택이란 애시당초 없다. 불행이 있을 따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계급과 빈곤. 아무리 발버둥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그들의 삶을 더욱더 비참하게 할 뿐이다. 하지만 역사도 국가의 폭력도 그 어떠한 불행도 그들을 굴복 시킬수 없었고 가난과 좌절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온 그들의 생명력이 아마도 인도의 힘이고 저력이 아닐런지.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온전한 인도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과 마주하게 된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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