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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눈처럼 하얀 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책, 제목 역시 특이한 ’눈에대한 백과사전’이라니.
제목처럼 이책은 알파벳순으로 나열된 백과사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에 적힌 눈에 관한 머릿글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추적해가는 추리형식을 취하고 있으되 추리물 보다는 편지글에 가까운 특이한 형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폭설로 인해 고립된 뉴욕 버펄로 시에서 그로인해 사고가 이어지고,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현장에서는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눈에 대한 표제어들이 가득 수록된 '눈에 대한 백과사전' 이라는 제목을단 노트 한 권이 발견된다.
눈을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단어들로 Angel(천사), Blindness(설맹), Crystal(결정) 등 알파벳 순으로 눈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와 시, 희곡, 고전에서 인용한 눈에 관한 이야기, 환상과 신화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기록한 눈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 글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들려 주고픈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누가 눈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그토록 섬세하게 기록하였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끝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의 주인공 ’나’라는 인물에 관해 그리고 그가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된 연인에 관해서는그다지 자세한 언급은 없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어도 오랜 세월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여실히 들어난다.
그 남자는 눈처럼 희고,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한 여자에게 오롯하게 바쳤으며 그의 평생에 걸쳐 사랑인듯 연인인듯 눈을 연구한다. 그리고 한권의 노트에 담아 그 기록을 남겼다. 노트의 주인이 차마 생전에 고백할 수 없었던 절절한 사랑의 기록이기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처럼 아름다운 글들을 왜 그이는 밝히지 못했을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다면 좋았을 것을.
"눈은 사랑하기도 쉽고, 잊히기도 쉽지요.”라는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죽음과 함께 발견된 노트,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신비에 쌓인 연금술. 하지만 잊혀질뻔 했던 사랑 이야기는 한 작가의 노력과 열정으로 연금술사를 내세워 죽음과 재생, 환영과 과거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죽음을 초월하여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멋지게 부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