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동계 올림픽기간에 읽게된 '올림픽의 몸값'은 오쿠다 히데오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책임에 틀림없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픽션으로 마치 그곳의 상황이 영화속 한 장면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있는 스토리, 게다가 그가 자료 조사를 거친 실제 지명과 상황 등을 담고 있기에 가능하다. 세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쿄올림픽을 불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세사람. 잘생긴 외모의 도쿄대 경재학부 대학원생으로 머리좋은 것 하나로 대학에 입학함으로 가난한 가족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된 시마자키 구니오. 시마자키와는 도쿄대 동기지만 경시감인 아버지와 관직에 몸담고 있는 가족들을 둔 출생부터 부유한 집 둘째아들로 현재 방송국예능국에 다니는 스가 다다시, 중산층을 대표하는 경찰청 수사과 형사인 오치아이 마시모. 온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다리는 올림픽. 그러나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자가 나타났다. 며칠 간격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경찰은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극비리에 수사에 나서고 드디어 용의자로 지목된 한청년. 잘생긴 외모에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생으로 오히려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모범생인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확실한 범인이 밝혀진 상황에서 범죄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발전하는 일본사회 그 이면의 모습, 사회의 불균등한 발전으로 인해 소외된 이들과 정경유착의 비리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88올림픽 때의 모습과 흡사하기에 그때의 모습과 겹쳐지며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지금도 여전히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저임금의 가난한 노동자들, 그리고 서구적 보편사상에의 영합된 도쿄 올림픽의 단면을, 급조된 건물로 꾸며진 서구적인 도시 도쿄. 일본의 현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이들과 민중에게 헛된 꿈을 심어 현실을 망각하게하는 지배층을 시마자키를 통해 통렬히 비난하고 있다. 노예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노예 측의 지도자가 아니라 지식계급 혹은 유산계급에서 태어난 이질분자, 혹은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이제야 실감했습니다. 거기에 제가 '조합도 사회주의 정당도 실은 부르주아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인다면 교수님은 어떤 반론을 하실까요. 노동의 실천이라는 건 지식을 뒤흔드는 힘을 가진 모양입니다. -본문중에서- 1권에서 그가 테러리스트가 된 사상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면 2권에선 배짱좋게 국가를 상대로 '올림픽의 몸값'을 흥정하리라 기대가 된다. 범인의 편에서서 응원까지하는 다소 어이없는 상황임에 씁쓸한 기분이지만 2권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은 참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