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에는 선혈이 낭자한 살인 현장이나 쫒고 쫒기는 긴박감도 없다. 살인현장에선 그 흔한 총성 한번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책을 잡는 순간부터 그의 작품속으로 몰입되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범인이 누구인지 조차도 서두에 이미 밝히고 있음에도 그토록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 순간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도대체 어떻게?" 라는 의문을 끝까지 해결할수 없기에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재미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을 어김없이 발휘한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추리소설 '성녀의 구제' 표지그림이나 제목민으론 추리소설인지 모를뻔했다.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였다면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책 한권. 매력적이고 유능한 젊은 사장 마시바 요시다카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인은 치명적 독극물인 아비산에 의한 중독사. 남자가 그 말을 했을 때 여자는 마지막 결의를 굳혔다. 그 흰 가루의 힘을 빌릴 때가 왔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줘야겠어.' 책의 앞부부에서 밝힌 살인의 이유. 살인을 결심하게 만든 치명적인 그 말 한 마디, 이로인해 살인자가 누구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살해당한 이의 아내가 유력한 용의자이며 진상이 밝혀지는건 이제 시간 문제일뿐. 그럼 명백한 살인의 증거만 있으면 사건은 해결 된다. 뭐, 이런 시시한 사건이 다 있나 싶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범인은 아니다. 사건을 맡은 메구로 경찰서의 형사 구사나기는 숨진 요시다카와 내연 관계에 있는 와카야마 히로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녀는 숨진 요시다카의 아내가 운영하는 학원 제자이며 범죄의 현장에 접근이 자장 용이하다. 하지만 그의 후배 형사인 우쓰미 가오루는 여성 특유의 직감으로 그의 아내 아야네가 범인임을 감지하게 되고 사건은 조사 할 수록 미궁속으로 빠져만 든다. 범행에 아비산을 사용했다는 것 말고는 살인 방법도, 범행 동기도 알 수가 없다. 과연 누가? 왜? 어떻게 요시다까를 죽였을까? 아름다운 아야네에게 마음을 빼앗긴 구사나기는 아야네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고 수사의 촛점을 그녀가 아닌 다른 과거의 여인을 찾는 것에 맞추고, 아야네에게 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던 중 가오루는 구사나기의 친구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한다. 유가와 마나부(갈릴레오 교수)가 친구인 구사나기 형사와 후배 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믿었던 유가와 교수의 한마디. '다른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죽일까 부심하고 노력했을 거야.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 반대였어. 죽이지 않기 위해 전력을 쏟은 거야. 이런 범인은 세상에 없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도 없을 거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아니 있을 수 없다는 그래서 답이 없는 '허수해'와 같다는 그의 말. 그럼 완전범죄란 말이가. 수사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준 구사나기형사와 작감을 믿는 감각 수사의 가오루, 명석한 두뇌와 과학수사로 범죄의 트릭에 숨겨진 비밀을 벗겨낸 마나부 교수의 노력으로 완전범죄일 뻔한 사건은 힘겹게 해결된다. 하나의 작은 실수로 인해. 구제의 의미와 단죄의 시작을 깨닫게 된 순간. 한동한 망연질색 해져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제까지 읽어왔던 추리소설 형식은 잊어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밝혀지는 소름돋는 진실 앞에 다른 독자들도 짜릿한 전율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