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의 박물관
성혜영 지음, 한영희 사진 / 샘터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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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식곤증에 나른한 시간을 보낼 것이며, 주부들에게는 바쁜 시간이다. 그러므로 평일 그 시간대에 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한적한 박물관에서 여유롭게 전시물들을 바라보며 하나 하나에 숨은 이야기에 귀기울이기에 이시간 만큼 적당항 때가 있을까 싶다. 손떼 묻은 물건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방금전 누군가가 사용하다 놓아둔것 처럼 잘 보관되어 금방이라도 유물들의 주인이 나타날 것만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나 울적한 마음이 들때면 외진 곳으로 찾아드는 건 인간이 태아적 컴컴하지만 안전한 엄마의 자궁속을 그리워하는 본능 때문이 아닌가한다.
저자는 이럴 때면 어김 없이 박물관을 찾는단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내밀한 장소로 박물관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아이들 숙제나 역사 교육의 장으로만 알던 박물관의 새로운 기능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시공을 넘어 우리 앞에선 유물들은 아무말이 없지만 마주한 유물이 보물이 되느냐, 잡동산이가 되느냐는 지켜보는 나에게 다렸음을. 예전엔 누군가가 사용하던 것들과 그것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나를 연결 지어본다. 박물관은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 놓아 과거를 돌아 보고,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기기에 지금 내가 서있는 현재를 한발짝 뒤에서 바라 볼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일상이 힘들때나 휴식이 필요할 때, 가끔씩은 내 존재를 확인해 보고, 내가 서있는 위치를 가늠코져 할 때면 박물관 나들이를 해봄도 좋으리라. 이 책에 한번쯤 가볼만한 다양한 박물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박물관들이 산재해 있음에 놀라움에 앞서 반가운 마음이든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더니 알고 보니 내 주위에도 테마별로 작은 박물관들이 여럿 있다니. 평소 관심을 가졌던 곳부터 순서를 정해서 한 군데씩 박물관 순례를 다녀도 좋으리라.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한국현대문학관, 궁시 박물관, 소리섬박물관, 세중옛돌박물관, 빛바랜 사진 한장에 세월을 추억하게하는 한국카메라박물관, 지금은 이메일에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된 편지, 시간의 더께가 앉은 우체통과 우체부아저씨의 커다란 가죽 가방을 만날수 있는 우정박물관, 수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있는 김치의 모든것을 볼수 있는 김치박물관, 말 빼곤 말에 관한건 다 있다는 마사박물관,
꿈과 자유를 찾아 이 땅을 떠난 가난한이들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무엇을 지켰을 열쇠들이 전시된 정겨운 이름의 쇳대박물관, 안성맞춤박물관, 철도박물관 등
 
마음을 열고 꽁꽁 숨겨둔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내 전시물들이 내게 말을 건낸다. 유물들이 들려주는 고즈넉한 옛이야기에 귀기울여 보고, 마음 한켠에 쌓아둔 감정의 찌꺼기들도 정리해보리라. 이순간이 지나면 이미 현재가 아닌 과거이거늘 오늘이 생의 마지막인양 매순간을 뜨겁게 살아가라고 박물관이 내게 속삭인다.



누군가 가슴속 깊은 곳에 '붉은 비단보' 하나쯤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던가. 어디 폭풍 같은 사랑만이 사랑이겠는가. 그리움 한 땀 눈물 한 땀으로 수놓고 꿰메고 이어 붙여 지어낸 오색무늬, 그것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그 무엇. 누군가가 그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면 굳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그것은 이미 예술이다.

                                             -  p152 자수박물관을 둘러보고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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