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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작가 최인호가 살면서 맺은 수많은 인연들중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인연들은 담아 '인연'이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청춘 소설을 쓰던 그는 이젠 할아버지가 되어 지나온 세월을 되새김질하며 그와 맺은 인연의 끈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하였고, 버팀목이 되어 주고, 때론 채칙도 되었다 말한다. 이제사 가만히 그와의 인연을 가늠해 보니 꽤 오랜 시간동안 그의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왔음을 알수 있다. 그의 작품과 함께 묵어가는 독자가 되었으니 반평생을 글쟁이로 살아온 그의 글에선 곰삵은 젓갈처럼 깊은 맛이 나며 내 잎맛에 맛는게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비단 사람 뿐아니라 마당 한켠에 자리한 나무에부터 계절마다 뜨락에 핀 꽃 한 송이, 길에서 주워다 서재에 놓아둔 난화분에서 피워올린 꽃망울,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외로운 그의발밑에 채이며 묵묵히 길동무가 되어준 작은 돌멩이, 고독과 슬픔에 사로잡혀 증오와 적대감 속에 세상을 멀리하려 할 때 마음에 전류가 흐르듯 문득 깨닫게 해준 성경 한 구절, 낯선 곳에서 받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도움까지도 그는 모두 인연이라 생각하며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그의 인연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어렴픗한 추억이 떠오르고 자연스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의 추억속에 나의 기억이 겹쳐지기에.
형의 교복, 교과서, 손떼 묻은 영어사전, 책가방 등 형이 쓰던 낡은 물건에서 형의 치열한 인내와 의지를, 뜨거운 정신까지 물려 받으며 낡은 물건들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습관으로 굳어졌나 보다. 그리하여 그는 대포소리만큼 심한 소움을 마다않고 오래된 자동차를 몰고다니고 오래된 텔레비젼이나 가죽이 허옇게 헤어져 속살이 비어져 나온 소파나 심지어 여러 해 신어 닳고 닳은 신발, 부부의 인연을 맺게해준 오래된 연애편지, 궁상맞고 고달팠지만 아름다웠던 신혼살림의 추억까지도 인연이란 범주에 넣어 차곡차곡 챙겨 넣는다. 특히 25년만에 펼쳐본 아버지의 유언장을 통해 당신이 세상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물려줄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전해주고픈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이 빗바랜 누런 갱지에 고스란히 담겨 내게도 전해져 온다. 아버지 생각에 또다시 울컥하고 말았다. 그는 왜 이다지도 내맘을 뒤흔들고 헤집어놓아 해묵을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지. 그와 닿은 삶의 모든 것들을 그는 인연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추억하고 곱씹어 생각하며 저마다 의미를 부여한다.
가슴 짠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인연도 있고, 일상의 소소함에 베시시 웃게 만드는 인연도,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글과의 인연 또한 나는 소중하다. 그의 글로 태어난 인연은 슬퍼도 아름다움이 더해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