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왠지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책꽂이에 빽빽히 들어찬 책만 보고 있으면 그것들이 모두 내것이 아님에도 흐믓하기만 합니다. 옛날 헌책방에 앉은뱅이 의자 하나 딸랑 놓고 하루해가 가는줄 모르고 책을 읽으며 나도 크면 서점 주인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더랬죠. 그 중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 밥 때를 놓치기 부지기수였고, 해질 무렵 되서야 엄마가 부르시는 소리에 깜짝 놀라 집으로 가곤 했지요. 어느날인가 인상좋은 책방 아저씬 시내에 큰서점들이 생기고 중고책 찾는 손님들 발걸음도 뜸해 졌다며 서점문을 닫게 되었다시며 평소에 내가 즐겨 읽던 홈즈 시리즈 몇권을 내게 내미셨어요. 서점을 대신해 커다란 슈퍼가 들어서며 처음 보는 맛난 과자가 그득해도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았지요. 슈퍼앞을 지날 때마다 왜 가자미 눈을 하냐고 친구들이 물어도 암말 않고 슈퍼 주인 아줌마까지 미워 했네요. 지금은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 책방들은 자취를 감추고 헌책방들은 그 모습 조차도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요. 이 책의 배경이 ‘세후도’라는 평범한 서점인게 너무 반갑고 좋았답니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이를 해결하는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라니 오랜만에 어린시절 동네 서점 생각하며 읽었답니다. 홈즈걸이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매사 똑 부러지는 6년차 서점직원 교코와 법학과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 다에는 왓슨과 홈즈를 떠울리기에 충분합니다. 그 둘은 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요. 세도후 서점에는 교코와 다에가 있는한 어떠한 사건이라도 문제 없을듯 합니다. 이야기의 중심도,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도 그리고 그 단서도 모두 ‘책’이기에 이 이야기에는 다양한 책이 등장합니다. 베스트셀러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만화, 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의 대부분이 실제로 존재하는 책인 만큼 아는 책이나 읽어 보았던 책의 제목이 글속에 나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고 몇권이나 알고 있는지 그 수를 헤아려 봄도 이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랍니다. 암호같은 말로 표시된 책 제목에서 얻은 힌트로 인해 한 노인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세도후 서점에서 책을 산 후 행방불명된 고객을 찾아내기도 하지요. 바쁜 서점 직원을 대신해 책을 소개해줌으로써 인연을 만나게 되는 판촉사원, 배달한 책 사이에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이 끼워져있는 황당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판촉용 디스플레이에 누군가 밤새 뿌려 놓고간 검은색 스프레이. 애써 만든 작품이 망가져 버려 속상하지만 멋지게 범인을 밝혀내기도 하지요. 대형 사건이나 살인사건 등이 아니어도 서점에서 벌어 질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재미와 따뜻한 서점 직원들과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서점을 찿는 고객들의 문제를 본인의 일이 아니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교쿄는 책과 서점, 일과 고객 모두 사랑하는 마음씨 착한 아가씨임에 틀림없답니다. 지금은 서점들이 대형화되고 온라인 서점도 보편화 되어 책 제목이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서점직원에게 물어보는 대신 컴퓨터로 검색해 보면 금방 알수 있지요. 그래도 내집처럼 드나들던 동네 서점과 인정 많고 훈훈한 주인 아저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건 사람사는 냄새와 책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정서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오랜만에 정감있고 따뜻한 서점과 책향에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