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민속기행 1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수년간 백두대간을 돌아다니며 '백두대간 민속 기행'이라는 라다오 프로그램으로 반송된 내용을 다듬어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백두 대간을 따라 깊은 오지 마을을 찾아 다니며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사라져가는 산촌 문화와 생업에 관련된 풍습이나 문화, 민간 신앙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생활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백두 대간의 시발점인 백두산을 향해 점차 올라 가며 구간 구간 마다 품은 놀라운 이야기와 한맺힌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로 인해 심각한 환경오염과 마주하게 될 때도 있다. 골마다 숨은 비경들과 사연들을 듣노라면 결코 지루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마치 그곳을 여행한 듯한 느낌 마져 들게 한다.
 
백두대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맥인 동시에 그 넉넉한 자락은 농사지을 땅 한 뼘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산에서 나물을 뜯거나 약초를 캐어 생계를 유지하고. 비탈진 곳곳에 화전을 일구어 감자나 옥수수 등을 심어 꿋꿋하게 삶을 일궤오셨다. 크고 작은 골짜기 마다 수 많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나무를 잘라 숯을 굽거나 목기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기위해 백두대간을 뒷산처럼 오르 내리며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옛날 사람들은 잘 먹지도 못하였는데 어지하여 잘먹고 잘 사는 현대인 보다 산도 잘타고 먼 거리도 잘 다녔음은 물론이고 힘도 셌을지 알수 없는 일이다. 제각기 옛살림살이의 애환을 공감하시는 할머니들이 남편 시집살이와 시어머니 구박, 남아선호사상, 신랑 얼굴도 모르고 사집온 이야기 등을 정겨운 사투리를 섞어가며 구수한 입담으로 산자락 마다 맺힌 한 서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신다. 각 구간 마다 간직해온 민간 신앙과 재미있는 풍습도 들을수 있고 . 일찍이 난리를 피해 찾아온 비결파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했던 산골 마을에도 나름의 다양한 생활 방식과 문화가 생겨났음은 두발로 다니며 확인치 않더라도 자명한 일릴 게다.

전쟁 중에도 난리가 났는지도 모를 만큼 외진 산간 오지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먹거리를 구했으며 골 깊은 산속 쥐꼬리 만큼의 햇빛이 사그라지면 긴긴밤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았을까?, 또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도 궁금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야기들 통해 나의 궁금증도 해소 되었고 정겨운 사투리와 힘들때 부르셨다는 노래 한자락에 세월이 녹아 든다. 이리 험한 산골까지 들어와 살아야했는지 젊은 시절 고생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이루 다 할수 없다며 푸념 섟인 공허한 넋두리를 쏟아 내신다. 자식들 다 키우고 도시로 떠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곳을 뜨지 못함을. 

나도 산을 좋아하고 학생 때 부터 나름대로 등산을 다녀 왠만한 산들은 다녀 봤지만 늘상 다니던 등산길 이면에 숨어있는 절경과 주변 마을은 놓치고 말았기에  이 책을 읽으며 꼼꼼히 밑줄도 긋고 나중에 꼭 들러 보리라 마음먹은 곳은 메모도 해놓았다. 그러나 훈훈한 인심의 무주구천동 향미식당은 한평생 일하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기시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고, 집이 있던 자리가 황무지로 변한 곳도 있다는 후기를 읽으며 다시는 볼수 없음에 실망하였다. 봄가을로 성대하게 치르던 전북 장수군의 장안산 산신제도 없어져버렸고, 삼도봉 골짜기의 하나 남았던 억새집은 집터조차 찾기 힘들고 이제 사진속에서 밖에 볼수 없게 되었고 한다. 동화속 선녀의 옷을 숨긴 나뭇꾼이 살법했던 자그마한 억새집을 다음엔 꼭 보러 가자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넘기며 약속 했더랬는데 이젠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 버렸다. 백두대간도 몸살을 앓고 있구나. 개발과 변화  앞에 산골마을도 무사히 넘어기진 않는구나.
 
70년대 새마을 운동 때 젊은 사람들이 전통 민간신앙을 미신이라 하여 닥치는대로 없애버렸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당시의 두려운 기억을 떠올리시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와 고생은 심했어도 옛날이 훨씬 사람사는 것 같았다는 탄식하듯 말씀하신 할아버지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힘든일 안해도 먹고 살만큼 됬는데 무엇이 사람들을 인정 없게 만들고 자연과 신령에 감사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잃어 버리게 했을까? 이름난 명산만 볼거리 먹거리가 있는게 아닌데, 우리네 산은 그속에 많은 사람들이 깃들어 살고 있기에 더 소중하고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나중에야 깨달는다해도 이미 늦으리라. 쉽게 사라져 버리지만 영원히 되찾을수 없는 것들이 있으음. 너무 늦은 후회로 남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우린 또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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