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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충신>은 다른 여타의 책들과 다른 특이한 점을 갖춘 소설이다. 무엇 보다 이 책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벨기에 인이라는 점이다. 조선 영조 때 일어난 일을 다룬 글을 외국인에 의해 쓰였졌다는 사실만으로 주목할 받기에 충분한 일이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7살 때 벨기에에 입양되어 이방인으로 성장한 저자의 한학과 한의학의 침술이나 약제등에 해박한 지식과 한국 문화와 풍습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감탄이 절로 나올 따름이다. 게다가 저자의 폭 넓은 동양에 대한 이해는 문화적 차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어 기대나 우려와는 달리 전혀 어색하지 않을 뿐더러 탄탄한 기반위에 쓰여진 이야기란 생각을 깆게 된다.
한 보험조사원의 손에 우연히 들어온 한 권의 책, 18세기에 쓰여진 <진암집>을 시작으로 조선왕조 역사상 유례가 없던 삼정승의 잇따른 자살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충신>은 초반 부터 긴장을 놓지 못하고, 역사 속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와 있는 착각 마져 들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실록청의 한 사관이 사라진 기록의 공백을 거짓으로 꾸며 넣으라는 명령에 불만을 갖고 영조 때의 사초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공백 부분에 대체 무슨 비밀이 감추어 졌는지, 은폐 하고자 하는 역사속 진실은 무엇인지? 한줄 한줄 퍼즐을 풀어가듯 책을 넘긴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며 후에 정조가 되는 '이산'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 내용과 겹쳐지며 흡사 이 책이 전편 처럼 여겨짐은 그만큼 매끄럽게 글이 이어진다고 할수 있음이다.
영조때 영의정을 지낸 진안 이천보는 연안 이씨 출신으로 노론의 영수였으며 불천위에 봉해진 덕망과 학식을 겸비한 인물이였으며 평생 검은 소의 등을 타고 다닌 청렴한 선비였다. 그런 그와 더불어 당시 좌의정이던 이 후, 우의정 민백상이 유교 사상이 지배적이며 자살에 대해서는 오늘날 보다 더 패쇄적이며 관대치 못했던 시대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며 지키려 했던 비밀. 진실과 대면 했을때 조금은 황당할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수긍이 가는것은 아무리 임금이나 세자, 왕족 일 지라도 그들역시 나약한 인간이며 핏줄에 대한 정을 어찌할수 없음이다.
후사가 없는 이천보의 양아들 이문원과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기방을 드나드는 방탕한 선비지만 의리있고 침과 의학에 정통한 서영우, 이조참의의 둘째 아들로 무예가 뛰어난 불의를 보면 못참는 조일천이 사건을 풀어 나가며 권력을 둘러싼 암투, 국익에 앞서 당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득권 세력, 이들과 결탁한 내시, 왕위를 놓고 벌이는 숨막히는 정치게임과 마주하게 된다.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전대미문의 사건,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긴 세월 동안 왕이 아들을 죽였다는 쑥덕거림과 무성한 소문에도 나라를 굳건히 다스린 영조는 본인이 할아버지임을 깨닫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누르고 사도 세자의 아들을 요절한 효장세자의 양자로 왕통을 잇게하고 왕위에 오른 세손은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선언한다. 당파를 막론하고 신하된 자라면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있는이는 없으니 이는 신하들을 제압 할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였으니 정조가 당파에 연연치 않고 정치를 펼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사건을 이처럼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 누구나 공감 할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와 역사와 더불어 권력의 흐름과 속성을 꼬집어내 파헤친 그의 관찰력과 노력에 감탄할 뿐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작가의 몸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름이리라. 하지만 역사는 말이 없으니 역사속으로 사라진 진실을 우린 알지 못한다. 그져 추측만 난무 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