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파랑치타를 꺼내 주세요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파랑치타가 있긴 있나요? 라고 물어 본다면 당연히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파랑치타는 내 가슴 속에도 있고 십대를 지나온 모든 사람들의 가슴 깊은곳에 숨죽이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파랑치타는 이 책의 주인공인 앞으로도 나아질 건 없다고 말하는 고등학교 1학년 강호의 오토바이 이름이기도 하고 답답한 현실속의 탈출구 역할을 하던 에너지로 뭉친 그의 밴드부 명칭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이던 도윤, 우수한 성적으로 외고에 입학해 일류대에 들어가는 것이 그의 부모님의 바램이며 그가 처한 현실이며 미래다. 그는 학교 어느 구석에서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 그게 스무 살이 되기 전 바라는 단 한 가지다.
존레논의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Imagin이란 곡은 모든 사람이 서로 죽이거나 탐욕을 부리지 말고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내용이지만 도윤은 입시라는 또다른 전쟁에 처한 학생들의 현실과 겹쳐 생각한다. 일류가 되려면 남들과 경쟁해 이겨야 하며 그들 위에 올라서기 위해선 그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공부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 나 또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수많은 어른들과 다르지 않으리라.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 한다. 모두 너희들을 위함이라며. 그게 과연 아이들을 위함일까, 아니면 부모들의 만족을 위함인지 생각해 본다. 
 
일찌감치 불량아로 낙인찍힌 강호, 십여년을 같이 산 아이들을 두고 가출한 첫번째 엄마, 이집 저집 돈 꾸어 사라진 두번째 엄마, 언제 나갈지 모르는 세번째 엄마, 술 마시고 폭력 휘두르는 아빠. 하지만 그가 학교를 그만두지 못하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건 모든걸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묵묵히 사는 동생 강이 때문이기도 하다.
 
외고의 중압감에 못이겨 일반고로 전학온 도윤과 강호, 이 둘은 준비된 운명처럼 4년 만에 한 교실에서 재회하게 되고 짝이 되었다. 각자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둘은 앞이 불투명한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파랑 치타라는 교내 밴드부를 결성하게 되고 온갖 어려움과 장애를 극복하고 밴드부 첫 공연을 하게 된다, 그동안 짓눌러 왔던 기분에서 시원하게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터질듯 뿜어내는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밴드부 공연, 풋풋하고 희망에 넘쳐야 할 젊은 그들에게서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엿보수 있었다.
 
가출한 아이들이나 폭주족,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 우리가 흔히 불량 청소년들이라 부르는 이들에게도 미래를 꿈꾸는 간절함이 베어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파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없기를 바라며. 각자의 삶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깨달아 가는 푸른 꿈을 지닌 청소년들의 사실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