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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 조선사 - 말하는 꽃, 사랑으로 세상을 말하다
손을주 지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10월
평점 :
조선을 이끌어간 사람들은 모두 남자 였을까? 아니다 분명 여성의 힘도 켰으리라.
그럼 도대체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고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들의 삶이란 현모양처의 대명사이며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시대를 앞서 태어나 불행 할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던 천재 여류시인이며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 왕족 이나 정권의 뒤에서 뭇남성들을 조정했던 권력의 화신이며 정권의 희생양인 여인들과 그나마 남성들과 한 사람의 예인으로 그들과 함께 했던 기생들의 삶을 통해 겨우 조선시대 여인들에 관해 알 수 있음 이다.
이 책은 내가 기대하던 평범한 여인들의 삶 대신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랑에 모든것을 걸었던 37명의 기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이들을 기리고 지역 문화의 한 장으로 지역 축제로까지 개최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부안의 이매창이나 춘천의 전개심, 진주의 주논계가 그렇다.
우리나라 기생제도는 조선 시대에 와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기에 기생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기생을 지칭한다. 사회 계급으로 천민에 속하지만 시와 글에 능하고 가야금이나 거문고등 악기도 능숙하게 다루었다. 조선시대 기생은 의녀로도 활약했으며 이를 약방 기생이라 하고 상방 기생으로 바느질을 담당하던 기생도 있었다고 한다. 주로 이들은 연회나 행사 때 노래와 춤을 추거나 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악기를 다루기도 하였다. 조선 왕조는 전 시기에 걸쳐 지방에 관기를 두어 목민관으로 부임하는 관리를 접대하도록 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춘 행위를 하는 기생은 기생중에서도 하위 등급에 속한 기생이였다니 술따르고 춤추는 천한 여자 쯤으로 생각했던 그네들의 삶도 당당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재평가 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고결한 인품의 선비 율곡 이이와 유지의 사랑은 연서 유지사에서 보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함이 절절히 묻어난다. 태조 이성계의 4대조 이안사와 고려때 전라도 전주의 명기 애기,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와 이매, 술과 풍류를 좋아한 호탕한 성격의 송강 정철과 관비, 여덟살 어린 나이에 장원 급재한 이시향과 초선, 개국공신 함부림과 막동의 사랑 이야기 등 명사들과 그들을 흠모한 기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 유희경을 사랑한 매창이 그를 그리워 지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조는 교과서에도 실리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나겹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길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라.
시 한 수에 이처럼 그리움이 흠벅 묻어날 수 있을까. 매창의 시와 거문고를 사랑한 부안고을 아전들이 전해지던 매창의 시를 모아 개암사에서 펴냈으며, 남사당이나 가극단이 들어올 때는 공연전에 매창의 무덤을 찾아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니 매창의 거문고와 시에 대한 그곳 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수 있음이다.
전설이된 송도 명기 황진이는 벽계수 이혼원과의 로맨스와 30년간 벽면 수행한 지족선사를 파계한 장본인으로 유명하고 화담 서경덕, 박연 폭포와 더불어 송도 삼절이라 불리워 진다. 거문고 잘 타기로 유명한 상림춘과 신종호, 문장가 목계 강혼과 성주 명기 은대선, 대부분 기생들이 얼굴 예쁘고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데 비해 산호주라는 기생은 얼굴이 박색일 뿐더러 소리 한마다 춤한 거리 출줄 모른다는데 그런 그녀의 시에 반한 박생과의 사랑이야기도 나온다. 못생긴 기생 이야긴 듣던중 처음이다.
기생의 신분임에도 일편단심 한 사람만을 사랑하여 절계를 지킨 기생이 있었으니 청주의 홍림을 사랑한 김해월과 목숨으로 절계를 지킨 전계심, 첫사랑을 따라 죽은 연심, 부사 따라 순절한 매화, 망나니 심희수를 입신출세 시키고 심씨 선산에 묻어 달라는 유언과 함께 스스로 저승길을 택한 일타홍의목숨과도 바꾼 사랑 이야기에 숙연해 진다.
나라위해 적장과함께 촉석루 아래 몸을 던진 논개, 임진왜란중 평양성 전투에서 김응서 장군을 도와 적장을 죽이고 적병의 칼에 맞은 월향 등 각지역에서 칭송 받고 기억되는 기생들에 관한 사료를 토대로 그녀들의 삶과 사랑, 애환을 적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의 문화와 정치, 경제 등을 함께 읽을 수 있었고 기생들도 우리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인간적인 면을 기니고 있음을 편견 없이 받아 들일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