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독특한 시각을 가진 오쿠다 히데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유쾌한 여섯 가족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 왔다.
매번 똑같은 평범한 일상생활에 어느날 우연히 발생한 작은 사건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그들에게 소소한 살맛 나는 기쁨이 되어 준다. 그 작은 행복을 만나보자.
첫번째 가족
평범한 주부 노리코, 사용은 안하지만 남주긴 아까운 피크닉 테이블을 경매 사이트인 옥션을 통해 판매한 뒤 구매자로부터 감사의 말과 좋은 평가를 받고 게다가 돈까지 생기는 즐거움을 맞보게 되고 점점 옥션에 빠져든다. 처분할 물건이 없나 온 집안을 뒤져 옥션에 올리는 것이 노리코의 삶의 낙이 되고 급기야는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담아 몰래 그가 아끼는 턴테이블을 옥션에 올리고 만다.
두번째 가족
아내가 집을 나갔다. 이럴때 남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내가 없는 집은 제대로 돌아 갈리 없고 지저분하고 초체한 남편들을 상상하며 짐을 싼다. 하지만 이 남자, 서른 여덟의 평범한 직장인 다나베 마사하루는 자기 취향에 따라 가구를 하나씩 구입하는 재미와 고급 오디오 세트와 홈시어터 까지 갖추어 놓고 20대의 취미를 살려가며 다시 찾은 자유와 행복감에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의 동료들 마져 그런 그를 부러워하고 남자들의 비밀스런 장소가 된 그의 아파트. 이를 본 그의 아내는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예상을 뒤엎는 오쿠다 히데오의 유모스런 반전.
세번째 가족
도쿄의 단란한 한 가정, 제각기 일터로 나간 뒤의 무료함을 달래고 적은 액수 나마돈을 벌수 있는 일을 하는 평범한 주부 노리코, 어느날 새로운 젊은 남자가 발주처의 영업사원으로 그녀를 방문하게 되고 그런 그가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의 분신인 그에게 겁탈 당하는 꿈을 꾸며 새로운 그녀만의 비밀스런 쾌락을 느끼게 되지만 즐거움도 잠시뿐. 아니 벌써 새로운 사원으로 바뀌다니....
네번째 가족
회사가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유스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직장에 나가는 아내 대신 살림을 떠맡게 된다. 서툴던 집안일에 어느덧 재미를 느끼게 되고 도시락 반찬이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가슴설레는 또다른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되는데 그의 부모님이나 그를 바라 보는 주위의 걱정스런 시선. 정작 그는 집안일에 적성이 맞고 아내 역시 직장생활에 만족하는데, 남들은 모르는 이 부부만의 특별한 행복.
다섯번째 가족
남편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회사를 그만 두었다. 일년이 멀다 하고 직장을 때려치우는 남편.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가 했더니 역시나 커튼 가게를 차리겠단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을 하는 그의 아내 하루요는 남편 때문에 맘이 편치 않다. 이번에 그린 일러스트가 대단하다고 칭찬받자 그녀는 남편이 실직 때마다 떠오른 영감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마도 남편이 실직하게 되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일을 오롯이 그녀의 몫이 되니 어쩔수 없이 일에 최선을 다하기 만련인지라 잘 할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에 어떠한 힘이 작용하게 되는가 보다. 그녀는 남편의 일이 잘 되는 것과 자신의 일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많이 둘지, 무엇이 그녀에게 기쁨을 줄수 있을까? 그녀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이번 역시 내 예상은 빗나 갔다.
여섯번째 가족
유명 문학상을 수상하고 베스트 셀러 작가가된 마흔 두 살의 소설가 야스오. 통장의 잔고가 생기자 그의 아내 사토미는 로하스에 빠지고, 그런 그녀가 못마땅한 야스오는 아내를 로하스로 끌어들인 이웃 유코 부부의 젠체하는 일거수 일투족이 자꾸만 못마땅 하다. 어느날, 그들을 소재로 소설을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 망설이던 야스오. 그는 결국 원고 마감에 쫓겨 유코네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한다. 편집부의 반응도 훌륭한 원고라 칭찬 일색이지만 아내와 원고를 놓고 마음이 무거운 야스오. 신혼시절 부터 쭉 변함없이 자신을 믿어준 아내인가, 원고인가...
우리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경직 되었는지, 우리의 가치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학과 특유의 유모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깜짝 놀랄 반전을 숨겨두고 이토록 재미있고 유쾌하게 쓸수 있는 작가는 오쿠다 밖에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생각도 시대에 맞게 변할 수 있다는 유연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내게 즐거움을 주고 오랜만에 맘껏 웃을수 있었다. 그럴수도 있구나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 할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