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목횟집 시평시인선 31
권순자 지음 / 시평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시인의 눈을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몇줄의 함축된 언어속에 담깁니다.
시인 권순자, 그녀의 시에는 바다 내음이 나고 비릿한 생선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횟집이나 폐선등 포구의 풍경과 함께 바닷가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이 고스란히 한권의 시집에 그려져 있습니다.
 
마트 한켠에 자리한 고등어 한마리에서 그녀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자유를 넘어 해탈로 승화시켰습니다.
 
마트 한켠에서 잡아올린 고등어 한 마리
굽는다
물결이는 파도를 잠재운다
노릇노릇해지는 바다
........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숨 막혀 허덕이는 순간에
자신을 배반한 물결을 버리고
고등어는 점점이 해탈식을 치른다
 
그녀는 고등어를 비롯해 과매기, 나문재, 활어 등의 시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던 바다에 속했던 생명체를 통해 바다를 그리워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바다의 일부분이었던 그들이 기억 속의 바다를 끄집어내 이야기합니다.
또한 동시에 생명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우리의 현실을 빗대어 비판하고 있지요. 절묘한 비유는 시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 됩니다.
 
'유랑자'나 '물안개', '폐선'의 시에서는 우리 주변의 버려진 존재들, 더이상 소용가치가 없어진 흉물스럽게 버려진 것들을 바라보며 옛날의 영화를 돌아보며, 그들에게 조차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심지어 '공중정원'에서 오라버니의 낡은 대형 트럭은 힘겹고 바쁘게만 살아온 삶의 부단한 속도를 급부레이크로 멈춘후 불가능한 희망 덩어리를 공중에 메달아 부서져가는 이들의 단단한 꿈을 공중 정원으로 만들었지요. 너무 슬퍼서 아름답기조차 하다는 역설적 표현처럼 ...... 
 
그녀는 가난하고 약자인 이들, 일에 지친 노동자들, 세월에 늙고 허약해진 우리의 아버지들을 통해 혹독한 현실과 맞서는 이들에게서 고통과 기억의 파편 너머 희망과 사랑을 조심스레 들춰내고 있지요. 
시어 하나하나가 살아서 비수처럼 약자나 힘없는 사람들, 소외된 비주류를 대변하여 권력이나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고  처절히 항거하고 있습니다.
이 시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처절한 삶을 살아온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듯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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