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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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앤 비어드’의 ’축제의 날들‘은 삶이 무너지는 순간 그 안에 남겨진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별일 없는 하루, 소소한 대화, 문득 들려오는 웃음소리...
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 예고 없이 그런 일상이 무너지며 죽음의 순간을 맞이 하기도 합니다.
’축제의 날들‘은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을 통과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단순하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무겁습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섬세함,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그날의 고통과 상실을 서서히, 조용히 그러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읽는 동안 자꾸 마음이 멈춰섰습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한 문장이 마음을 찌르고, 무심히 지나가던 장면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그날들을 지나며 잃어버린 것들만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목은 ‘축제의 날들’이지만, 사실상은 비극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 제목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 웃음이 가득했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날 속에도 분명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이 몇 번이고 책장을 덮고 싶을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감동이 한번 씩 머리를 내미는...
이야기들의 무게만큼, 남겨진 울림도 큽니다.
삶이 무너지는 날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일지라도...

이 글은 #클레이하우스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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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크레도 - 존재와 실존이 만나는 신앙고백
김리아 지음 / 신의정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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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개신교 교회에서는 주일 예배 때마다 사도신경(Credo)을 외우며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한국어 사도신경은 이렇게 시작되지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런데 몇 년 전, 성경을 영어로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사도신경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그 첫 구절은 이렇습니다.
“I believe in God, the Father Almighty, Maker of heaven and earth…”

같은 고백인데도 불구하고, 영어로 “I believe”라는 말을 먼저 소리내어 말할 때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더욱 직접적이고, 더 깊이 내 영혼을 울리는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리아 작가님의 책 ’우리의 크레도‘를 읽으며, “나는 믿습니다”라는 고백이 단지 오래된 신앙고백의 문장의 일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믿음의 뿌리이며,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고백이라는 것을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외우지만, 그 고백 하나하나를 정말 믿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입술로 쉽게 외우지만, 내 마음과 삶이 과연 그 고백을 따르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 믿는다는 말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느끼게 됩니다.
“나는 믿습니다”라는 이 고백은 지식이나 동의가 아니라, 삶으로 드리는 고백이며, 고난과 눈물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선언이기도 합니다.

김리아 작가의 ‘우리의 크레도’는 바로 이 고백의 무게와 은혜를 다시금 일깨우는 책이었습니다.
사도신경의 각 문장을 따라가며, 단순한 신학적 해설이 아니라, 그 문장들이 우리 안에 어떻게 살아 있는 신앙이 되어야 하는지를 삶의 언어로 풀어줍니다.
말로 외웠던 고백이 기도가 되고, 신앙의 뿌리가 되고, 공동체의 찬송이 되는 길로 이끌어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 안에서는 한 문장이 계속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그 고백이 저를 지금까지 살아오게 했고, 앞으로도 살게 할 것입니다.
믿음은 내가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붙드시는 은혜이기에, 비록 흔들릴 때가 있더라도 이 고백은 매일 아침 제 영혼을 일으킵니다.
말로 시작된 신앙 고백이, 오늘도 삶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은 #신의정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훌륭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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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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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더스 제가 늘 외는 세 가지 주문이 있습니다. 하나는 도널드 바설미Donald Barthelme의 <작가는 무언가를 쓰기 시작할 때 자기가 무엇을 쓰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 주문은, 실례지만 여기 아이들이 있네요.
이건 좀 치워야겠군요>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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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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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아니다.
재니스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깊이 있게, 그 이야기를 지키는 사람이다.

책을 펼쳤을 때, 문득 이 책이 나와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재니스의 삶이 조금은 우울하게 느껴졌고, 굳이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들을 활자로까지 옮겨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러나 B부인의 입을 통해 베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재니스의 내면 어딘가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기억들이 서서히 깨어난다.
말하지 못했던, 아니 말할 수 없었던 상처가 문득문득 틈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다.
숨기고만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가, 자신도 모르게 툭, 툭, 튀어나올 때마다 그녀는 섬짓 놀라고 두렵다.

재니스가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
그 깊고 조용한 침묵 속엔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

재니스가 말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는 뭘까?

그 물음은 결국 독자인 내게로도 향한다. 나 역시 말하지 않고 덮어둔 이야기들이 있다. 꺼내지 못했거나,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들.
재니스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나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묻는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한해 동안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민 소설이라고 한다.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삶의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청소 도우미 재니스의 성장 이야기이다.
책과 아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B부인이 재니스에게 물었다. 만약에 무인도에 혼자 가게 된다면 들고 가고 싶은 소설 책을 하나만 말하라고.
재니스는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가져 가겠다고 한다.
나는 이 구절을 읽자마자 이 책을 바로 주문했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훗날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게 여길 일을 한 가지 해내는 것일지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일(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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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다산북스 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썼습니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따뜻한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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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지키는여자 #thekeeperof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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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선 옮김
#다산북스 @dasanbooks
#영국소설 #영국국민소설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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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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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간의 계곡'을 펼쳤을 때, 나는 솔직히 도입부가 조금 우울하고 지루하 다고 느꼈다. 시간의 흐름이 독특한 마을, 차분하고 내성적인 소녀 오딜의 이야기.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서서히 전개되는 분위기 속에서 완전히 몰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부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문관이 되려던 오딜이 헌병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동쪽 마을에서 비참한 자신의 미래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는 빠르게 나를 끌어당겼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그녀가 서쪽 세계로 에드메를 구하러 가는 과정이었다. 긴장감, 절 박함, 그리고 운명을 바꾸려는 간절한 몸부림... 오딜이 실패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결말이 더욱 충격적이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은 단순한 시간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운명과 선택,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깊 은 질문을 던진다. 또한, 동쪽과 서쪽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인간의 희망과 후회를 절묘하게 얽어 놓았다. 오딜이 내린 결정과 그녀가 겪은 감정은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내 마음을 울렸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강한 여운이 남을 줄 몰랐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시간의 계곡'은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라 삶과 시간,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이었 다. 특히,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망설여 본 적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난 후,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시간을 소재로 한 철학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운명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천천히 스며들지만, 결국 강렬한 긴장과 감동을 안겨주는 책이다. 나처럼 도입부에서 살짝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끝까지 읽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의계곡
#theothervalley
#스콧알렉산더하워드 (지은이)
#scottalexanderhoward
#김보람 (옮긴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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