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제인 오스틴 - 최초의 문학이 된 여자들
홍수민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익히 알아온 문학사는 남성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고전'이라 불리는 수많은 명작들 속에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마치 제인 오스틴이라는 거대한 이름에서부터 시작된 것처럼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홍수민 작가의 '비포 제인 오스틴'은 이 고정관념에 강력한 질문을 던지며, 오랫동안 잊히거나 평가절하되었던 최초의 문학이 된 여성 작가들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불러낸다.

이 책은 단순히 제인 오스틴 이전의 여성 작가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헤이안 시대 일본의 궁정에서부터 중세 유럽의 수녀원, 르네상스 시대의 격변기를 거쳐 근대 문학의 여명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여성들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만나고 써내려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모노가타리’에서부터 여성 혐오에 맞서 '여성들의 도시'를 건설했던 크리스틴 드 피장,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했던 마거릿 캐번디시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고 섬세하게 조명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 여성 작가들이 얼마나 대담하고 혁신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는지다. 당대 사회의 제약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저항하며 문학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들의 글은 단순히 '여성 작가의 글'이 아니라, 그 시대의 보편적인 인간 경험과 사회적 모순을 통찰하는 시대를 초월한 문학 그 자체였다.

'비포 제인 오스틴'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사의 빈틈을 메우는 것을 넘어, '최초'라는 수식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문학을 정의하고 평가해왔는가? 이 책은 오랜 시간 묻혀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그들의 용기와 재능을 기림으로써 오늘날의 여성 서사와 젠더 평등에 대한 논의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찬란한 별 이전에,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을 냈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이 있었다. 홍수민 작가는 그들의 빛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은하수를 보여준다. 이 책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여성의 역사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은 보석 같은 책이다.

이 리뷰는 #들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비포제인오스틴
#홍수민 (지은이)
#들녘 출판사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 책을 빨리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원래도 천천히 읽는 편인 데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많은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보지 않고서는 책장을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로저 페더러의 경기를 찾아 보았고, 밥 딜런의 노래들을 들었으며, 아직 읽지 못한 잭 케루악과 로렌스의 책들을 구매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터너의 그림들도 일일이 찾아 보았고,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밀회(Brief Encounter 1945)'를 찾아 트레일러를 보고, 유튜브에서 대여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다이어는 삶의 후반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의 ‘라스트 데이즈’는 죽음을 의미하지 만은 않는다. 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끝이라는 개념을 유연하게 다룬다.
삶과 예술, 창작과 사유의 마지막 순간들을 바라보며,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지금’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다이어의 시선은 흥미롭고 도전적이다. 

나는 이 책을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이 책은 읽어 가는 동안에도 ‘읽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들이 책장 사이사이에 숨어 있고,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두고 두고 손이 가게 될 것 같다.


끝을 맞이하는 상황,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는 주제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한 가지 이유는 오랫동안 궁금하게 여긴 로저 페더러의 최종 은퇴 문제 때문이었다.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 앤 비어드’의 ’축제의 날들‘은 삶이 무너지는 순간 그 안에 남겨진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별일 없는 하루, 소소한 대화, 문득 들려오는 웃음소리...
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 예고 없이 그런 일상이 무너지며 죽음의 순간을 맞이 하기도 합니다.
’축제의 날들‘은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을 통과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단순하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무겁습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섬세함,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그날의 고통과 상실을 서서히, 조용히 그러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읽는 동안 자꾸 마음이 멈춰섰습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한 문장이 마음을 찌르고, 무심히 지나가던 장면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그날들을 지나며 잃어버린 것들만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목은 ‘축제의 날들’이지만, 사실상은 비극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 제목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 웃음이 가득했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날 속에도 분명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이 몇 번이고 책장을 덮고 싶을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감동이 한번 씩 머리를 내미는...
이야기들의 무게만큼, 남겨진 울림도 큽니다.
삶이 무너지는 날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일지라도...

이 글은 #클레이하우스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크레도 - 존재와 실존이 만나는 신앙고백
김리아 지음 / 신의정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우리나라의 개신교 교회에서는 주일 예배 때마다 사도신경(Credo)을 외우며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한국어 사도신경은 이렇게 시작되지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런데 몇 년 전, 성경을 영어로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사도신경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그 첫 구절은 이렇습니다.
“I believe in God, the Father Almighty, Maker of heaven and earth…”

같은 고백인데도 불구하고, 영어로 “I believe”라는 말을 먼저 소리내어 말할 때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더욱 직접적이고, 더 깊이 내 영혼을 울리는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리아 작가님의 책 ’우리의 크레도‘를 읽으며, “나는 믿습니다”라는 고백이 단지 오래된 신앙고백의 문장의 일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믿음의 뿌리이며,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고백이라는 것을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외우지만, 그 고백 하나하나를 정말 믿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입술로 쉽게 외우지만, 내 마음과 삶이 과연 그 고백을 따르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 믿는다는 말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느끼게 됩니다.
“나는 믿습니다”라는 이 고백은 지식이나 동의가 아니라, 삶으로 드리는 고백이며, 고난과 눈물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선언이기도 합니다.

김리아 작가의 ‘우리의 크레도’는 바로 이 고백의 무게와 은혜를 다시금 일깨우는 책이었습니다.
사도신경의 각 문장을 따라가며, 단순한 신학적 해설이 아니라, 그 문장들이 우리 안에 어떻게 살아 있는 신앙이 되어야 하는지를 삶의 언어로 풀어줍니다.
말로 외웠던 고백이 기도가 되고, 신앙의 뿌리가 되고, 공동체의 찬송이 되는 길로 이끌어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 안에서는 한 문장이 계속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그 고백이 저를 지금까지 살아오게 했고, 앞으로도 살게 할 것입니다.
믿음은 내가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붙드시는 은혜이기에, 비록 흔들릴 때가 있더라도 이 고백은 매일 아침 제 영혼을 일으킵니다.
말로 시작된 신앙 고백이, 오늘도 삶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은 #신의정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훌륭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더스 제가 늘 외는 세 가지 주문이 있습니다. 하나는 도널드 바설미Donald Barthelme의 <작가는 무언가를 쓰기 시작할 때 자기가 무엇을 쓰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 주문은, 실례지만 여기 아이들이 있네요.
이건 좀 치워야겠군요> 같은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