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처럼 짜인 한 편의 지적인 모험기같은 이야기의 출발점은 플랑크가 제시한 새로운 에너지 단위 개념이다.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던 현상 앞에서 그는 ‘양자’라는 단서를 꺼내 들었고, 이 한걸음이 훗날 물리학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는 서막이 된다. 이어 등장하는 아인슈타인과 보어,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같은 과학자들은 단지 식과 개념을 만든 학자가 아니라, 각자의 철학과 성격이 투영된 인간적 고민 속에서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밀고 당긴 주인공들로 그려진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첨예한 대립이다. 아인슈타인은 확률적 해석에 끝까지 의문을 제기했고, 보어는 자연의 본질은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은 단지 과학적 지식의 발전을 위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신념의 차이까지도 드러낸다. 이처럼 개념을 나열하는 대신, 그 개념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의식과 시대적 배경을 함께 설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이해의 맥락을 잡게 돕는다.
중반부터는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슈뢰딩거 방정식, 중첩과 관측, 불확정성 원리, 스핀과 같은 핵심 이론들이 수식 중심이 아닌 비유와 예시를 통해 서술된다. ‘입자냐, 파동이냐’라는 질문이 왜 어리석은지, 그리고 인간의 사고 역시 얼마나 단순화된 이분법에 갇혀 있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다. 과학을 통해 오히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로 나아가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인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현대 양자과학이 어떻게 실험적으로 그 정당성을 입증했는지를 다룬다. 오랜 기간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얽힘 현상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마침내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통해 과거의 패러독스가 현실의 기술로 바뀌는 전환점이 펼쳐진다. 단지 이론적 승리가 아닌,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와 같은 구체적인 응용 가능성이 언급되며, 독자를 다시 ‘현재’의 시간 위로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