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종로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무대이며, 권력과 문화, 노동과 일상이 뒤섞인 거대한 생활의 중심이었다.

『종로미각』은 이 복합적 공간을 “맛”이라는 감각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근대 경성에서 현대 서울까지, 종로라는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 음식의 서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책의 서두에서 밝히듯, 음식의 역사는 곧 사람의 서사이다. 이 책은 그 말을 가장 생생하게 증명한다.
종로는 우리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육의전이 들어선 뒤 상인과 손님이 구름처럼 몰리던 거리, 식민지 시절 문물이 넘나들던 명동, 피맛골의 서민, 장충체육관의 환호, 동대문시장의 노동자들. 이 모두가 한데 모인 곳이 종로였다. 사람과 사건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배고픔이 있다. 그리고 배고픔은 늘 새로운 음식을 낳는다. 『종로미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종로의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한 시대의 감정과 관계를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책이 말하는 ‘미각’은 단순한 입맛이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의 풍경이며,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다. 종로의 음식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가졌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서울의 맛은 단지 미식의 역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의 기억이라는 사실을.

『종로미각』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기억하는 종로의 맛은 무엇인가?” 그 질문 앞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음식과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서울의 미식 지도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의 역사와 정서를, 음식이라는 감각으로 복원한 인문학적 여정이다.
#리앤프리
#리앤프리서평단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