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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과 《무무》를 한 권으로 묶어 읽는 경험은, 서로 다른 두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사랑은 인간을 얼마나 깊이 흔들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랑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와 권력, 침묵의 구조 속에서 어떤 상처를 남기는가. 이 책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 남긴 두 편의 중·단편을 통해 사랑의 가장 섬세한 순간과 가장 잔혹한 상실을 나란히 보여준다.

〈첫사랑〉은 제목 그대로 사랑의 시작을 다룬 이야기지만, 그 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작품은 마흔이 넘은 화자가 열여섯 살 여름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미 모든 것을 지나온 시점에서 돌아보는 첫사랑은 달콤함보다는 통증에 가까운 감정을 동반한다. 주인공 볼로댜가 사랑한 지나이다는 단순한 연인의 대상이 아니라, 소년의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존재다. 그녀의 말 한마디, 웃음 하나, 시선의 방향은 아직 삶을 모르는 소년에게 삶 그 자체처럼 다가온다.

〈무무〉는 분위기부터 완전히 다르다. 말이 없는 하인 게라심과 작은 개 무무의 이야기에는 로맨틱한 감정 대신 묵직한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하는 사랑은 결코 〈첫사랑〉보다 작지 않다. 오히려 더 절박하고, 더 비극적이다. 게라심은 말하지 못하고, 무무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둘 사이에는 설명이나 고백 대신 행동과 시선, 반복되는 일상이 쌓여 간다. 이 조용한 관계는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정서적 중심이다.

150년 전 러시아에서 쓰인 이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사랑의 떨림도, 말하지 못한 사랑의 상실도 시대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독자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감정을 조용히 깨운다. 읽고 난 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첫사랑과, 말없이 떠나보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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