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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평점 :
예약으로 구입했던 최규석의 신작. 나는 그의 팬이므로 아무런 의심없이 예약을 했고, 그의 친필사인이 되어 있는 책을 받아보았다.
독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울분을 토하거나, 학생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면 어땠을까 싶지만 내가 목격한 모습들을 최대한 그 온도 그대로 담고자 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좀 애매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목 놓아 울 만큼 극단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슬픈지 모를 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인생 찌질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맨날 그렇게 웃고 떠든대? 찐따같이..."
"낄낄... 은지 나이스~"
"그.. 그렇다고 울기도 좀 그렇잖아? 하아... 하"
"그게 말이지, 나도 그래서 한번 울어볼라고 했는데...... 이게 뭐랄까 참......"
"울기에는 뭔가 애매하더라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웃거나 울거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
"누... 누구한테요?"
"그게 문제지."
사실 이 대화에서 '습지생태보고서'의 집에 물새는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이번 만화는 작가의 말처럼 '어른이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굳이 독자를 그렇게 한정할 필욘 없지만.
지난 학기 수업 중에 시대와 세대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386세대들이 '요즘애들' 운운하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4.19도 모르고 5.18도 모르고 하는 것에 놀라고 흥분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당신은, 나는, 우리는, 그들에게 말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나 있는가?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르고도 그들이 살아가고 있다면, 그들의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야만 하는 건 아닌가.
어떻게 (우리 생각에) 그 중요한 것을 모르고도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인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요즘 애들은 문제야'하고 혀만 차는 것은, '하면 된다'는 말로 청년실업을 극복하려는 저치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최규석의 이 '애매한' 이야기는 그들에게 한 걸음 더 나서서 손을 내미는 느낌이 든다.
주어진 여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찾으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참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