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사학사 -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 역사학은 끝났는가?
게오르그 이거스 지음, 임상우.김기봉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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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교수님께서 이 책의 공동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 때문에, 학부 시절부터 많이 뒤적댔던 책.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한 기억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다 읽게 되었다.

 

말 그대로 20세기 사학사인데, 역자의 말대로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사회과학의 위협으로 인한 역사학의 위기 - 역사학의 사회과학화를 통한 역사학의 승리 -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역사학의 종말.

 

여튼, 나도 요즘(?) 사람이라 최근의 담론들에 더 끌린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것들은 짜증이 날 뿐이고.

 

그러나 만약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망각으로부터 구출해 내고자 한다면, 역사는 더 이상 단일한 과정으로, 즉 수많은 개인들이 묻혀 버리는 거대 담론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적 중심을 지닌 다면적 흐름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적, 방법론적 역사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제 역사가 아니라 역사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들이 문제가 된다.

 

역사학이 추구해야할 '진실' 혹은 '진리'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학이 문학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거나, 역사가 학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회의주의에 빠질 뿐이다.

때문에 나는 다음의 서술에 100% 공감하는 편이다.

 

확실히 모든 역사적 설명은 하나의 구성물이지만, 이는 역사가와 과거 사이의 대화를 통해 나오는 구성물이다. 요컨대 역사적 설명은 진공 속에서가 아니라 개연성의 기준을 공유하는 탐구 정신의 공동체 내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전공자들이 최근 역사학에 대한 흐름을 정리하기 위해서 적격인 책이다. 수업시간에 활용하기도 좋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쓰는 사람에 대한 비판은, 문학비평가에 대한 그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니가 함 써보지. 맨날 남의 이야기만 긁어모아서 독창적인 이야기는 없고.. 하는 따위의.

그 말도 맞는 말이지만, 중요한 건 잘 정리가 된 것을 내가 잘 소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남이 어쩌던간에, 문제는 내가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느냐 하는 것. 그것이 항상 문제.

 

이제야 슬슬 논문 준비할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데-_-... 이 책을 정독한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문제를 외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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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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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으로 구입했던 최규석의 신작. 나는 그의 팬이므로 아무런 의심없이 예약을 했고, 그의 친필사인이 되어 있는 책을 받아보았다.

 

독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울분을 토하거나, 학생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면 어땠을까 싶지만 내가 목격한 모습들을 최대한 그 온도 그대로 담고자 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좀 애매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목 놓아 울 만큼 극단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슬픈지 모를 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인생 찌질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맨날 그렇게 웃고 떠든대? 찐따같이..."

"낄낄... 은지 나이스~"

"그.. 그렇다고 울기도 좀 그렇잖아? 하아... 하"

"그게 말이지, 나도 그래서 한번 울어볼라고 했는데...... 이게 뭐랄까 참......"

"울기에는 뭔가 애매하더라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웃거나 울거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

"누... 누구한테요?"

"그게 문제지."

 

사실 이 대화에서 '습지생태보고서'의 집에 물새는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이번 만화는 작가의 말처럼 '어른이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굳이 독자를 그렇게 한정할 필욘 없지만.

 

지난 학기 수업 중에 시대와 세대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386세대들이 '요즘애들' 운운하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4.19도 모르고 5.18도 모르고 하는 것에 놀라고 흥분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당신은, 나는, 우리는, 그들에게 말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나 있는가?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르고도 그들이 살아가고 있다면, 그들의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야만 하는 건 아닌가.

어떻게 (우리 생각에) 그 중요한 것을 모르고도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인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요즘 애들은 문제야'하고 혀만 차는 것은, '하면 된다'는 말로 청년실업을 극복하려는 저치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최규석의 이 '애매한' 이야기는 그들에게 한 걸음 더 나서서 손을 내미는 느낌이 든다.

주어진 여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찾으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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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0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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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그렇다. 왠만한 사람들도 그 내용은 얼추 알고 있는데 실상 직접 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나도 그 '생각보다 많은' 사람 축에 끼는 사람. 특히나 소설 쪽은 더 그렇다.

카프카도 마찬가지인데, 대학교 때 독후감 교재이긴 했으나 내가 속한 반의 교재는 아니었기에 읽질 않았었다.

물론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고. (역시 고전? -_-)

왠지 고등학생 필독서에 끼어있을 법한 이런 책들은, 시기를 놓쳐버리면 다시 손에 쥐기가 그리 쉽진 않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런 책을 아직도 안읽었다고 티내기 싫기 때문'일 거 같기도. ㅎ;

여튼... 이 '변신'도 여러 출판사와 여러 번역자들의 판본이 있는데, 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선택.

열린책들의 사이즈도 맘에들고 문고판인 것도 맘에 들어서 선택했는데, 이제 이 문고판은 절판되었다.

 

카프카의 중단편을 모아놓은 것인데, 읽고 난 느낌은 참 특이하고도 기괴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일부 단편들은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닥 재미있지도 않았고.

'만약 이 작품이 젊은 한국작가가 쓴 것이라면 나의 반응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이름'이 가지는 권위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조금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며 잘 읽었는데... 문제는 작품해설.

 

『변신』에서는 실직하여 경제 능력을 잃은 가장에 대한 가족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결국 한 마리 바퀴벌레가 되어 차라리 죽음을 갈망하게 된다. 나중에 히틀러가 유대인을 <갑충Ungeziefer>이라고 부르며 카프카의 여동생들을 강제 수용소에서 처형한 것을 보면 카프카의 에지적 능력에 섬뜩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이 부분을 읽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카프카라고 하지만 나치즘과 얽어서 '예지적 능력'까지 들먹거리는 건 너무 오버 아닌가?

이런 식의 오버는 오히려 죄없는(?) 카프카에 대한 반감만 만들어낼 수 있다. (작품 해설 읽는 내내 그랬다 -_-...)

 

그러나... 역시. 카프카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는 자신의 작품을 모두 태워버리라고 했던 사람인데.

어쨌거나 아무리 '고전'이라고 해도 그 위압감을 이겨내고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고전'이라고 불러왔던 이유를 또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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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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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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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그렇다. 왠만한 사람들도 그 내용은 얼추 알고 있는데 실상 직접 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나도 그 '생각보다 많은' 사람 축에 끼는 사람. 특히나 소설 쪽은 더 그렇다.

카프카도 마찬가지인데, 대학교 때 독후감 교재이긴 했으나 내가 속한 반의 교재는 아니었기에 읽질 않았었다.

물론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고. (역시 고전? -_-)

왠지 고등학생 필독서에 끼어있을 법한 이런 책들은, 시기를 놓쳐버리면 다시 손에 쥐기가 그리 쉽진 않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런 책을 아직도 안읽었다고 티내기 싫기 때문'일 거 같기도. ㅎ;

카프카의 중단편을 모아놓은 것인데, 읽고 난 느낌은 참 특이하고도 기괴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일부 단편들은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닥 재미있지도 않았고.

'만약 이 작품이 젊은 한국작가가 쓴 것이라면 나의 반응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이름'이 가지는 권위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무리 '고전'이라고 해도 그 위압감을 이겨내고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고전'이라고 불러왔던 이유를 또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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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
 
Concord Collector's Edition Vol.1 : Original Jazz Classics 30 [30CD 박스세트] - [Universal Music Jazz Train Series] 재즈 명반 박스세트 4
빌 에반스 트리오 (Bill Evans Trio) 외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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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쩔수 없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퍼펙트 재즈 박스셋과 비교를 하게 되는군요. 일단 장수가 많고 앨범 라인업은 개인적으로 재즈 트레인에게 한표를 던지고 싶네요. 

그러나 앨범 자켓의 상태는 퍼펙트 재즈가 더 낫습니다. 사이드 라벨이라든지 슬리브 문제라든지하는 것이 저는 퍼펙트 재즈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구요. 

 그럼에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박스셋이 나왔다는 건, 앨범 소장자들의 군침을 흐르게 하는 것이죠. ^^  

결론은, 구입하셔도 후회하실 선택은 아니라는 것. 다만 가격이 그래도 부담이 되신다면 퍼펙트 재즈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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