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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평점 :
너무 많은 이들이 청춘을 위로하고 치유한다고 나서는 세상이다. 나는 스물네 건의 사연을 내보이며 이래도 세상이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겠냐고 반문하려 한다. 이것은 철수와 영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잘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7쪽)
기자가 쓴 책답게 직설적이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신문의 단신으로 스쳐지나가는 스트레이트 기사와는 달리, 젊은이들의 절망과 죽음을 스크랩하여 읽다보면 어느덧 공동묘지로 들어와 그들의 비석을 찬찬히 읽는 느낌이 든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건만, 이 시대의 멘토(랍시고 깝치는 자)들은 원래 청춘은 힘든 거라고 말할 뿐이다. 네가 힘든 건, 네가 아직 어리거나 약해서 그런 거야, 라고. 과연 이것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 개인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개인들이 수없이 많아지고 있다면 구조를 살펴봐야하는 게 상식 아닌가?
힘들다면, 다른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 사탕발림 같은 소리를 들어봐야 내 삶이 나아질 것은 없다. 그들은 자칭 멘토일 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우린 모르지 않는가.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준말). 시궁창 냄새가 난다면, 이 시궁창이 왜 만들어진 것이고 내가 왜 여기에 있게 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적어도 이 시대의 어른이라면, 어리고 나약한 젊은이들을 보며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저들이 왜 아픈가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할 것이다. 의무감으로, 책임감으로 읽어야만 할 책.
솔직히 읽다가 혜민이니 김난도니 하는 '멘토'라고 불리는 자들의 뒷통수를 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