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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귀엽게 생긴 책은 하워드 진의 극본이다. 부제처럼 '역사모노드라마'이기 때문.
극본 하워드 진, 번역 윤길순, 출연 마르크스. (원제는 'Marx in soho')
마르크스의 독백과 마르크스의 부인이었던 예니의 구박^^;들을 읽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정도.
읽으면서 에~설마~했었는데, 이 극본은 실제로 워싱턴, 미네소타 등등 여러 곳에서 공연되었다고.
마르크스. 이 이름을 한국에서의 나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공산당 선언', '자본론'. 단 한 글자도 제대로 읽지도 않고서
주저리 주저리 말은 많지 않았던가.
이 극본에서 마르크스가 강조하고 있는 것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현재의 북한, 또 스탈린의 소련이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 공산주의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식한 나로서도 단호히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상한 오해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내, 건너들은 이야기인데 최근 민노총의 발간물 중에 조선일보가 딴지를 걸어 문제가 된 것이 있댄다.
문제의 내용은 조선일보가 말하길 '북한 사상'이 들어가 있다는 거였는데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난 상대에게 반사적으로 물었다.
과연 '북한 사상'이란 게 뭘까? 솔직히 난 배운 적도 없고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데.
그런데 '뻘건색'만 보면 치를 떠는 조선일보 아저씨들은 참 잘도 안다.
그렇담 결국 걔네들은 읽고 보고 다 했다는 얘긴데, 그럼 쟤네들이 더 위험한 놈들 아닌가?
아니면, 하나도 모르면서 그랬다는 말일까? 어느 쪽이든 위험하기는 매한가지.
왜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다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모두 부정해버리는 걸까?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니의 구박이었지만, 어쨌거나 핵심은 가장 마지막 부분.
내가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일단 여러분 엉덩이에 뾰루지가 났다고 가정하세요. 그래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으면 너무 아파서 당장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은 움직여야 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냥 이 지구의 엄청난 부를 인류를 위해 쓰자고 합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도록 합시다. 식량과 의약품,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나무와 풀, 즐거운 가정, 몇 시간의 노동과 그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줍시다. 그리고 그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냐고 묻지 마세요. 인간은 누구나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부록처럼 실려있는 예니가 1844년 파리에서 마르크스에게 썼던 편지도 인상 깊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그런 편지.
그건 그렇고... 책이 쬐끔 비싸긴 하다. 170페이지도 안되는 책인데 9,800원이라...
내가 양장본을 좀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책은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하게
그냥 소프트 커버로 나오는게 나을듯하다.
그리고 중간에 한 40페이지 정도 핑크색 종이로 바뀌는데 이건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직 하워드 진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미국민중저항사'나 '오만한 제국'은 한번쯤 읽어봐야 겠다.
내가 좋아하는 말들 중의 하나도 하워드 진의 것이니만큼.
'내겐 포기할 권리가 없다. 나는 희망을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