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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 - 한국 풍수지리학의 원전
이중환 지음, 이익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4월
평점 :
'원전을 보자!'라는 올해 하반기의 모토;;의 첫 발걸음.
이중환의 택리지는 교과서에도 언급이 될만큼 널리 알려진 책이다. 그 이름만은.
그러나 내용이 지리에 관련된 것이라는 정도가 알려졌을 뿐 어떤 내용인지 잘 알려져있진 않다.
이 책은 서문과 발문, 총론을 제외하면 사민총론四民總論, 팔도총론八道總論, 복거총론卜居總論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사민총론은 사농공상 네가지 백성에 대한 짧은 글이고
팔도총론은 말그대로 조선 전국 팔도의 특산물이나 살만한 곳 특이사항에 대한 글이다.
핵심은 복거총론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복거 총론은 다시 지리, 생리, 인심, 산수로 나뉜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할 부분은 '인심'조다.
이 인심조에서 당쟁 때문에 정계에서 밀려나 귀양을 가고 방랑을 해야했던 이중환의 견해가 드러난다.
복잡한 당쟁의 역사가 짧지만 핵심적으로 담겨 있으며, 상당히 객관적으로 씌여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당시 영조에 의해 행해지던 탕평책에 대한 비판이다.
...성난 기운으로 피나게 싸우던 버릇은 전보다 비록 적어졌으나, 옛 습속에다 약하고 게으르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새로운 병통이 보태졌다. 그 마음은 진실로 다르면서도, 입에 올릴 때는 모두 섞임 없는 한빛이었다. 매번 공적 좌석에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이야기가 조정일에 이르면, 서로 모나게 말하지 않으려 하고 대답하기가 곤란하면 문득 우스갯소리로 우물쭈물 넘겨 버린다. 이런 까닭에 의관을 갖춘 자가 모인 자리에는 오직 당에 웃음 소리만 가득 들릴 뿐이고, 정사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이익만 도모하여, 실상 나랏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적다. 관직을 매우 가볍게 여기고 관청을 주막처럼 생각한다. 재상은 중용을 지킴으로써 어질다 하고, 삼사는 말을 아니하는 것으로써 고상하다 하며, 외관은 청렴하고 검소한 것을 못난이라 하여, 종말에는 점점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렸다...
이 비판 속에서 조선 후기 무너져가는 정치적/사상적 기반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생각해볼만한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인심조와 총론을 제외하고는 흥미진진하진 않다;;
그래서 다른 부분은 좀 빨리 읽어나갔고 인심조는 3번 정도 정독을 했는데
인심조는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할 듯 싶다.
을유문화사에서 2002년 개정판을 낸 것인데, 원문도 수록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
방점도 찍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건 과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