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의 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5
최정기 지음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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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세상문고의 우리시대 시리즈.
부담 없는 가격과 분량, 그리고 다양한 소재 덕에 나도 꽤나 구입을 했었다.
이 책은 지난 방학(벌써 '지난'이라니.. ㅜ.ㅜ) 푸코 세미나를 하면서 참고로 샀던 책.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을 일제시대 나환자 통제라든가 감옥체제와 사상범 수형생활 연구로 썼던
저자인만큼 이 책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크게는 3부분. 나환자 수용소, 교도소, 정신보건 시설.
이 세 장소를 바탕으로 현재 한국에서 '감금의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물론 이런 내용을 다루면서 푸코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서술 과정이나 결론 부분(특히나 교도소와 같은 시설의 실패 아닌 실패 같은 부분)에서
푸코의 그림자가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한국에서의' 감금을 다루고 있으므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부분을 생각할 때 머리가 많이 복잡해진다.
한창 푸코세미나가 진행될 무렵 이런 생각까지 들었었다.
20년형, 무기징역, 사형. 그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한 것들일까.. 라는.
그것들은 법에 기초하여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가 모두 인정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내가 언제 그런 것들을 인정했던가.
그리고 인간의 신체를 속박하는 기간을 범죄의 경중으로 치환하는 것이 '이성적' 기준인가?...라는.
 
분명 범죄를 저질러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고 평생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현실이 있기에 내 머리는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순 명확한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원래 인간의 삶, 사회라는 것이 복잡한데 어찌 머리 아프지 않기를 바라랴.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것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 머리를 앓아야 할 문제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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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의 과거 여행 - 한 빨갱이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
윤택림 지음 / 역사비평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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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말 오랜만에 읽는 인류학 분야의 책. 부제는 '한 빨갱이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다.

어떠한가? 제목이 자극적인가? 그렇다. '빨갱이'는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특별한 힘을 가진다.

 

이 책은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가 사학분야에서의 미비함을 느끼고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진행한 박사 논문을 발전시켜서 낸 책이다.

연구 대상이 된 곳은 충청남도 예산의 한 부락을 대상으로 했다.

(이 책에서는 시양리라고 하는데, 신분보호상 지명과 인명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1989년과 1996년 두번의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딸랑 가서 구경만 하고 온 것이 아니라 그곳에 거주를 하면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비록 인류학 분야의 책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과연 6.25나 기타등등의 '국가적', '역사적' 사건들은 누구의 기억이었던가?

전국민들이 교과서에 적힌대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이제는 그러한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하고 조금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볼 때가 아닌가 한다.

 

같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남녀간의 경험차, 기억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6.25의 모습도 어찌보면 매우 국지적인 모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가지 예를 들면 이 책의 연구대상 지역인 시양리에서는 6.25때 벌어진 대립과 살상이

비단 사상의 차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즉, 시양리에서의 6.25는 계급이 갈등의 주요변수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곳에서의 '이데올로기는 마을사람들 간의 개인적 싸움, 가족간의 불화,

정치적 경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수사적 상징적 장치'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으로만 간단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복잡한 사건을... 왜?

그렇게 단순한 분리 구조는 '숙청'이 용이하며 전후의 대중 통제에도 확실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계속적으로 드러나지만 연구가 진행되었던 1989년에도 여전히 '빨갱이'는 금지된 언어였으며

시양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아직까지도 '꼴통보수'와 '빨갱이'의 이분법이 유효한 것을 보면,

이것을 과거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사상적으로 좌파라고 혹은 우파라고 자칭하는 인간들이

모든 생활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지.

인간은 그리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해져야 통제하기 쉬워진다.

모든 역사에서, 그러했지만 가장 쉬워보이는 길이 모두가 파멸로 이르는 지름길이다.

 

비록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참고 서적과 미주를 제외하면 300페이지가 좀 안된다.)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고,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었다.

물론 현지조사의 분량이 연구조사의 당위성이나 이론적 배경 설명에 비해 너무 적은감은 있으나

아직까지 이론적 배경이나 당위성을 제껴놓고 시작할만큼 이런 쪽의 연구가 활발한 것도 아니니...

간만에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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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의 즐거움 - 17~19세기 유럽의 일상세계
위르겐 슐룸봄 지음, 백승종.장현숙 엮고 옮김 / 돌베개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260페이지의 분량이니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소재 때문에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가능하다. ^^)

이 책은 독일의 저명한 역사연구가 위르겐 슐룸봄이 쓴 7개의 논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17~19세기 유럽의 일상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농촌사회)

책을 보면서 놀랐던 점은 가족재구성이라는 방법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수치적 자료로 환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소규모 집단을 표본으로 하기 때문에, 표본의 수가 너무 작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나가고 기존의 거시적 통설과는 다른 모습들이 현실감있게

살아나고 있는 것은 참 인상적이었다.

슐룸봄 교수가 책에서 이미 말하고 있듯이 그는 미시사 연구 대상 중에서도 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목을 하고 있다. 긴츠부르크의 '치즈와 구더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슐룸봄 교수의 접근법도 분명 의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기존의 (경직된) 역사학 입장에서 보면 해석(부정적으로 말하면 추측)의 영역이 너무 넓고

명확한 '결론'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그러하듯, 명확한 삶의 모습은 그리 쉽게 드러나지도 않으며

또 어찌보면 그런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글 전체 중에서도 착취구조의 농업사회에서 적극적인 불평(?)을 했던 소작농의 편지를 다룬 논문과

한 재단사의 자서전에서 그 시대를 살던 한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리는 시도를 하는 논문,

그리고 출산의 주체에 대한 인식과 주체가 되지 못한 임산부들의 '전략'을 다룬 마지막 논문이

참 흥미로웠다. (그 전략이 조금더 구체적으로 살아났으면 더 흥미로왔겠지만)

 

사실 이 책은 소재 자체가 우리와는 너무 거리가 먼 듯 하고 또 말 그대로 '논문'이기 때문에

재미로 읽기엔 약간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읽기 전에 그러한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번역자와 슐룸봄 교수의 대담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 드릴까 한다.

 

 

백승종 -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방금 이 책을 끝까지 독파한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생님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슐롬봄 - 한국의 독자들에게 저는 무엇인가 막연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한국의 독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은 한국의 독자 여러분은 지리적으로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독일의 어느 한 마을, 또는 어느 한 도시에 살았던 농민과 소작농의 세계에 대하여 호기심을 표하였습니다. 이름 없는 어떤 재단사의 삶이나 미혼모의 일생에 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이제 저로서는 도리어 궁금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근대 유럽의 일상세계가 낯설게 느껴지는지, 아니면 한국의 역사와 꽤나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그 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에 적용된 문제 의식이나 연구 방법을 이용해서 한국의 역사를 직접 연구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셨다면, 저로서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사실 '현미경으로 보는 역사'라거나 '능동적인 과거 속의 인간'이라는 말보다도

슐룸봄 교수의 이 말 속에 그의 역사관이 잘 드러나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꽤 낯설었다. 내가 아는 한국의 역사에 비해서도, 내가 아는 유럽의 역사에 비해서도.

자, 그럼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역사에는 또다른 '낯선 부분'이 존재하지 않을까?

'낯익음은 배우는 자에게 있어 毒과 같다'라는 엉터리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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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史 -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
마리아 루시아 G. 팔라레스-버크 지음, 곽차섭 옮김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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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실은 오히려 원제에 가까운)는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인터뷰인데, 각자의 논문을 모아놓은 논문집과는 당연히 판이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에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어떤 질문을 어떤 타이밍에서 던지느냐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꽤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 루시아 G. 팔라레스-버크는 그 자신이 역사가인만큼 각각의 인터뷰 대상들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9명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맞는' 질문을 함으로써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재미'를 위한 독서를 하고자하는 독자보다는 아무래도 역사를 전공하거나 남다른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이다. 비록 독자층이 넓진 않을 책이지만 이 책을 집어들만한 독자들에게는 분명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나도 그랬지만, 역사학자 9명의 인터뷰를 읽어나가면서 지금 '나'는 어떠한 '역사가'인가(혹은 어떠한 역사가가 될 것인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퀜틴 스키너나 아사 브릭스보다는 나탈리 저먼 데이비스나 잭 구디, 로버트 단턴의 인터뷰가 훨씬 흥미로웠다. 특히 '교육의 환상'에 대한 잭 구디의 소박한(그러나 너무나도 절실한) 자기반성이나, 자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한 업적으로 아이들과 손주들을 남겼다는 것을 꼽는 데이비스를 보노라면 '역사학'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구체화되어 다가오는듯한 느낌이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역사가의 투박한 작업을 강조하는 로버트 단턴, 왠지 중언부언하는 듯하지만(물론 여기에는 독자인 나의 개인적인 취향 탓이 크다.) 너무 쉽게 동의하기에 '가디언'지를 멀리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한다는 스키너의 말들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해상도 떨어지는 사진과 굳이 제목을 '탐史'라고 지어낸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되지만(이 책의 원제는 'The new history: confessions and conversations'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이야기(글이 아닌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나 자신이 어디쯤 서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될 뿐만 아니라 '통찰'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앞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거나 조금은 전문적인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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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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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선시대, 특히 조선 후기의 살인 사건에 약간의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 책도 역시 내 관심 내에 있던 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정도의 만족?

애초에 그리 큰 기대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 나열식의 책 구성에는 그리 큰 불만(?)이 없다. 그 동안 이 쪽에 많은 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조선시대에도 살인 사건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은 얼마간의 노고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은 역시나 였다. 살인 사건의 예를 다양하게 골라내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그 사건이 조선시대라는 특정한 시대적 상황에 가지는 의미를 잡아내는 것을 기대한 내가 너무 과했던 걸까. 사실 ''무원록''과 같은 텍스트의 자세한 소개나 수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사실 이게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또 이 책의 접근 방향과는 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바라진 않는다. 다만 이 책이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역사'' 분과에 들어있다면, 각 사건들을 조금만 더 역사적 맥락에서 읽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왜 그런 살인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처벌이 가해졌는지 하는.

집에 꽂아 놓으면 사람들이 한 번쯤은 관심이 가서 쉽게 빼어볼 아주 재미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전공자가 읽기엔 너무나 내용이 없어보이고 그렇다고 해서 일반독자가 읽기에도 단순한 흥미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게 되어버린 책이랄까. ''풀어내는 실력''이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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