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은? 승현도 실은 마찬가지다. 그녀도 종교 단체에서 못 배운 학교 교육을 따라잡으려 남들보다 부지런히 공부했고 대학에 들어가서 남자 친구도 사귀었다. 하지만 우울증, 강박, 불안장애 등을 달고 살았고 회사 생활도 실패적이었다(소설에서는 그녀가 '폐급'이었다는 표현까지 쓴다). 직장 내 괴롭힘이 갈수록 심해질수록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는 생활. 사실 승현이 재원을 만난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나, 사실 날 망치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어. 멀쩡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제는 지쳐서. 내가 나를 망치는 것보다 남이 나를 망쳐주는 게 나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재원도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네가 빠져 있는 종교는 잘못됐으니까 거기서 나오라고, 나를 설득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