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평론가 전승민 씨는 엔트로피 개념을 차용했다. 여기서 엔트로피란 흔히 열역학 제2법칙에 소개되는 용어인데, 간단히 말해 균질한 에너지가 무균질해지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소리다. 커피와 우유를 섞어서 만든 라떼를 생각해 보자. 라떼를 다시 커피와 우유로 분리시킬 수 있는가? 마술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 일단 나는 할 수 없다. 돌아가서, 전승민 씨는 이 개념과 「원경」을 이렇게 엮었다.
신오의 실존적 크기는 서사의 진행에 반비례하여 작아지지만(>) 불안이라는 엔트로피는 선형적으로 증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신오가 자신의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내린 선택은 오랜만에 원경을 만나러 가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선택으로 인해 신오의 눈앞에는 [원경-이모님-보살님-비구니 스님-금괴-구덩이-돼지 뼈]로 이어지는 타자들이 줄지어 출현하고 일단 나타난 그들은 순서대로 존재감을 더해가며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의 부피는 낯선 것들의 출몰 속에서 점점 더 불안하게 증가한다.
*: 전승민, 「불안에 관한 두 개의 방법론」,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pp.226-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