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종삼
아침에 라면을 맛있게도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 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 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 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작년만 해도 색종이로 카네이션꽃을 만들어 아침에 주더니
오늘은 종이꽃마저 주지 않고 갔다.
어제 편지를 썼네 어쩌네 하더니~
아침에 청소기 돌리다 아,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두 놈 다 카네이션꽃도 안 주고 갔다는 생각이
그 때서야 들었다.
난 상관 없지만 출근하는 애아빠에게는 종이카네이션이라도
달아 주어야 기운이 날텐데~
아침에 서로 정신 없이 먹고 씻고 차려 입고
나가는 바람에 오늘이 어버이날이라는 것을 까먹었나 보다.
김종삼 시인은 엄만 죽지 않는 계단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난 공포의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