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유전자
마크 핸더슨 지음, 윤소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이나 청소년 시절,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왜 그런지 세상만물에 대한 호기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세상을 둘러싼 사물의 존재나 존재 이유에 대해 단 한번도 왜 그 상태로 존재하는가?란 물음을 스스로에게 단 한번도 던진 적이 없었다. 있어야할 것들이 있는 것이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와 사물들을 관습적으로 당연하게 쉽게 받아들였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이 둥그런 지구의 땅을 밟고 서 있는지, 하늘은 왜 파란지, 왜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른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동성애가 왜 나쁜 것인지.....학교 교육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학적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캐내려하기 보다는 사회적 주류가 오랜 기간동안 만들어낸 관습적인 인식의 틀에서 전혀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학습이나 과학적 이론의 주입은 교육의 일환일뿐 호기심의 연장선으로 이어주지는 못했다.

 

 

세상을 과학적 시각으로, 사고로 바라 보려고 애쓰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우연찮게 도킨스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학책들에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의 폭은 점점 넓고 깊게 확대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과학적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고,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인지, 지구는 어떻게 생성되고 지구의 생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류는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은 관심과 호기심이 다양해져서 어느 한 분야의 우물을 파기 보단, 다양한 과학 분야의 책을 접하며 세상살이의 궁금증을 홈즈처럼 논리적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상식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거짓된 진실이 무엇인지, 상식이 일반적인 지식이나 앎이란 명제하에 얼마나 뽑내며 으시대고 있는지 눈꼴사나워진 것도 과학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할 일일 것이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수백년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인습이나 관습에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의심 없이 받아 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습이나 상식의 틀은 거대한 덩어리와 같아서 사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하더라도 깨기 힘들다. 종교가 그렇고 우리의 제사 문화가 그렇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답습하는 관습은 과학적으로 그게 아무리 잘 못 되었다라고 제시하고 증명해도 한 순간 그 전통성이나 문화의 틀을 깬다는 것은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쉬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은 아주 천천히 자기 몫의 일을 해냈고 해내고 있다. 천동설을 지동설로, 에테르의 대기가 산소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시공간의 절대성에서 상대성으로, 신의 창조물에서 진화이론으로, 신화에서 빅뱅으로. 한시대를 뒤흔들었던 과학적 통념과 상식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세상은 이제 획일적인 세계관보다는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반인들이 범하는 상식의 오류들은 얼마나 많을까. 아마도 우리의 지식은 오류투성일 것이다. 최신 자료를 찾아 볼 만큼의 열정도 없고 관심도 없으니 기존의 떠돌아 다니는 상식을 일반적인 것처럼 받아 들이기에.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유전학에 관한 상식도 우리가 얼마나 오류투성이의 유전학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껏해야 CSI에 나오는 DNA감식으로 유전학을 이해하는 협소함으로 유전학을 이해하고 있음을, 우리가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유전에 관해 50항목을 나눠 설명하고 있으며, 50년전 왓슨과 크릭이 DNA분자 구조를 발견함으로써 우리 몸속의 유전학지식을 이해를 돕는데 많은 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상식밖의 유전자>라는 제목 답게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낡은 상식적인 유전자 정보 대신 최신 기술 장비로 새롭게 밝혀지는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씌여진 책이다.

 

유전학의 다른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처럼 이중 나선은 명쾌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것은 생명체의 암호가 어떻게 복제되는가를 곧바로 설명해 주었으며, 더 나아가 그 암호가 생명 현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길을 터 놓았다. 그것은 유전학의 새시대를 열어 주었다. DNA를 이용해서 병을 진단하고 약을 개발하고 범인을 잡고 심지어 생물체를 변형할 수 있는 새시대를 말이다(p63).

 

 

우생학에서부터 희귀질병, 정크 DNA, 여성과 남성의 차이같은 유전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적 상식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도 많이 다루고 있어 지루한 책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유전학 상식은 던져 버리고 이 책을 참조하시길.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은 암에 관한 새로운 정보였다. 개인적으로 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질병에 관한 책을 자주 접하는데, 암의 치유보다는 암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암이 발병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의 불량세포인 암세포가 발병되는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암의 원인은 외부적인 요인, 스트레스나 인스탄트같은 먹은 음식으로 나타난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암의 유발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많이 접하게 된다. 공기 맑고 먹거리도 순수 재배하는 시골 사람들이 어느 날 암으로 투병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예가 많았는데, 그런 환경 설정은 지금까지 암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기제라고 말했던 언론이나 의사들의 설명과는 대치되는 경우였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식으론 암이란 질병이 그들에게 나타날만한 외부적인 요인이 없었는데, 왜? 란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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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과 흑색종이든,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자궁 경부암이든, 석면과 중피종이든, 흡연과 어떤 종류의 암이든, 환경의 영향이 종양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이 모든 발암 물질은 근본적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암은 유전적으로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DNA손상은 점점 더 많이 축적되어 결국 종양이 생긴다. 이 병의 유전적인 본질은 의학의 역설을 들려준다. 다른 적들이 더 많이 물리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암에 걸릴 만큼 오래 산다는 것이다. P137 ~139

 

 

암은 우리 몸 속에서 언제든지 정상세포를 죽이고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숨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그게 외부적인 요인이든 우리 몸의 잠재적인 요인이든, 어째든 암은 숙명적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세포라는 것이다. 물론 외부적 요인이 암세포의 스위치를 켜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DNA손상은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현상이고 그 손상이 암세포의 발병원인이라는 것을, 암발병인 외부적인 요인이다라는 상식에서 좀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상식을 상식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태도는 중요하다. 과학에서 상식은 어쩌면 그럴 수 있는 지식의 일부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 혹은 지식은 언제나 깨질 수 있는 유리알과 같다. 누구나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하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지식의 유리알 말이다. 수 많은 과학자들이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문스러워 하지 않았다면, 혹은 그럴 수 도 있지 않을까하는 가설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과학적 가설을 증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이천년전의 살았던 세대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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