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는 도서관이야말로 천국일 것이라 말했지만, 책을 싫어하는 누군가에겐 사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그 곳이 따분하고 지루한 지옥일 수 있다. 하물며 책의 천국인 알라딘 서재인들도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지식을 추구하며 자신과 다른 취향의 서재인과는 선을 그으며 자신의 서재를 운영하지 않는가 말이다. 누구나 다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 쟝르의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즐겨 읽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거, 그 것이야말로 지상의 천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쩜 천국이란 자신의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열정으로 가득 찬 곳 아닐런지. 모든 사람들에겐 각자 자신의 취향이란 것이 있는 법. 그렇다면 누구나 꿈꾸는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 신에게 구원받아 돈 걱정 없이 손하나 까딱 않고 놀고 먹을 수 있는, 그런 편한 곳일까? 그 말인즉슨,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내 몸뚱아리 하나 편할려면 나 대신 누군가는 일해야한다는 말인데, 그 이야긴 인간의 종속관계가 존재하고 계급사회가 존재한다는 말 아닌가? 아니면 손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척척 해 낼 수 있는 기계 혹은 물질적인 세계인가? 아니면 요술봉 을 휘두르며 수리수리 마하수리 주문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세계일까?

 

물론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구원의 세계도 사후의 세계도 천국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과학책을 읽으면서 신의 존재보다 과학의 사실적 진실(진화나 우주에 관련된)에 다가가려 노력하기에 천국이 있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는다. 아니 과학적 진실에 내가 천국의 삶보다 더 무게를 두는 이유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나는 내 몸이 썩어 지구의 자양분인 흙이 되는 것에, 그리고 우주의 보이지 않는 먼지보다 더 작은 티끌이 되어 떠도는 것에 만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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