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 <그레이 해부학>의 숨겨진 미스터리
빌 헤이스 지음, 박중서 옮김, 박경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빈말이라도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별 세개 반정도.

 

작가 자신의 욕망(의사가 되고 싶었던)을 풀어낸 글쓰기 일 수도 있고, 어떤 대상에 대한 글쓰기의 욕망(헨리 그레이와 헨리 카터의 삶을 조명하는)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 빌 헤이스는 1980년 대초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간 직후에 <그레이 해부학>이라는 책을 구입했고, 그 책에 꼼꼼하게 그려진 인체의 그림의 매력을 느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자신의 책장에 있던 <그레이 해부학>이라는 저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가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그 책을 환기 시켰다는 말은 안 나오지만,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내는 데에는 드라마 제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물론 내 생각!).

 

그렇게 그는 <그레이 해부학>의 저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레이 해부학>의 저자 헨리 그레이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1858년 <외과 해부학 정해>라는 책(오늘 날 <그레이 아나토미>라고 널리 알려진)을 발간한 이후,  21세기까지도 증판(2006년에 이 책이 쓰여졌는데 그 때만 해도 <그레이 해부학>는 39판을 찍어냄)을 거듭하는 19세기 의사이자 작가였다.

 

빌 헤이스는 헨리 그레이의 생애에서 인체의 해부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자신도 해부학 강의에 참석해서 해부학 수강자들과 함께 인체를 해부하기 시작. 헨리 그레이와 그 책의 공동참여자로 인체의 그림을 그린 헨리 카터에 대한 생애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하나는 빌 헤이스 작가 자신이 해부학교실에서 체험하면서 겪었던 인체해부와 헨리 카터라는 인물에 관한 작은 평전. 정작 헨리 그레이에 대한 삶은 자세히 묘사하지 못하고 간간히 나오는 상태이다. 워낙 헨리 그레이에 대해 알려져 있는 자료가 없었고, 궁극적으로 34살이라는 그의 이른 죽음과 그 죽음으로 그가 쓴 자료들조차 다 소각된 상태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작가 자신의 인체체험담이나 헨리 카터의 생애에 대한 챕터 모두 소소한 재미가 있어 읽는 데 어렵지 않었다. 어려운 용어의 남발도 없었다. 다른 분야의 생소한 체험을 간접적으로 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 하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인체 해부학이라는 분야에 잘 몰랐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가의 인체 해부학이란, 생소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는 점에서 그의 의도는 신선했지만,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정작 현재까지도 증판이 계속되고 그의 책제목을 딴 드라마가 있는 판에, 이 책을 읽어도 헨리 그레이의 삶을 잠시 들여다볼 것 뿐이지 그가 왜 인체해부학을 결정적으로 집필하게 되었는지, 그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대한 글은 상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저자의 욕망이나 호기심이 의기충만한 작품이었다라고나 할까.

 

특히나 맨 마지막 에필로그부분은 거의 생활에세이 수준을 넘어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에 지나지 않아 그 부분은 독자가 안 읽어도 무방하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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