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방학이 끝나면 좀 더 편할 줄 알았더니, 더 바쁘다. 애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엄마네 집에 들러 잠깐이나마 말벗 좀 해 주고 집에 와 아이들 간식이나 밥 차려주고 공부 좀 봐주면, 벌써 하루 해가 다 간다. 내 집에서 엉덩이 바닥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다보니, 삼월 들어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나마 요 며칠 감기가 걸려 방바닥이 날 불러, 눌러 붙어 있기는 한데, 그것도 잠시 애들의 요구 사항이 많아 드러누워 있는 게 쉽지가 않다.

 

어제는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전기 장판에 드러누워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흑백>을 읽다가 어느 새 잠이 들었다. 그리곤 열두시 무렵에 다시 깨서 물 한잔 먹고 안방에 들어가 편히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청소 끝나고 어제 마저 읽던 <흑백>을 읽으려던 찰나에 책에서 발견한 접힌 부분.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접어놓은~

 

난 책을 접는 사람이 아니다. 책을 깨끗이 읽고 싶어서 그렇기 보다는 읽고 팔아 치우는데 목적이 있어, 읽던 페이지를 접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러.나 미야에 미유키는 내가 수집하는 작가라 책장을 접을 수 있긴 하지만, 한 번 벤 습관은 도통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수집하는 두 명의 작가 킹이나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대부분 깨끗하다. 그러기에 어제 내가 스르륵 눈이 감길 때 아무리 읽기 찾기 쉽게 한다고 책을 접는 사람은 절대 아닐터.

 

책 읽다가 졸려 읽은 부분 그대로 책을 마루 바닥에 엎어둔 것을 접어서 다음 날 내가 찾아 읽기 편하도록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미스터리의 해답을 방금 학교가 파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풀었다. 아이들하고 놀고 싶다는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네가 어제 책 접었냐고 ? 그랬더니 자기가 어제 엄마가 자길래, 접어 두었단다.

 

이러니 내가 우리 딸을 이뻐할 수 밖에.. 어떨 땐 내가 너무 큰애와 확연하게 차이를 두나 싶어 두 아이들 다 무뚝뚝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이런 이쁜 행동을 하는 딸애한테 솔직히 맘은 더 간다. 아직도 그림책을 열심히 읽은 우리딸. 설빔을 보니 연초에 찍은 사진 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