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오기 전에 뭔가 좀 끄적여 보려고 했는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오가며 생각한 것들이 생각한 만큼 제대로 쓰여지지 않는다.

 

요 며칠동안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와 레이 브레드베리의 <일러스트레이트맨>을 읽었고, 세이초의 을 읽고 있는데, 

 

한동안 소설이 안 읽혔던 것에 비하면 위의 소설들은 짜릿한 감정을 느끼며, 읽었고 읽고 있는 중이다.

 

이왕 소설에 매진하는 거 작년에 1,2권만 읽다가 때려치운 킹의 <언더 더 돔>이나 마저 읽을까,라는 생각이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갑작스레 들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말이다. 킹은 드라마복도 많다. 쓰는 족족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니 말이다. 마지막 권을 읽어야 개운하고, 1,2권만 읽었으니 저 책을 읽었다고 할 수도 없고...마지막이 궁금해서라도 읽어야하는게 맞은데, 1,2권 읽으면서 킹의 주인공 캐릭터 답지 않게 무진장 갑갑해서 나와서 3권은 또 얼마나 답답하게 나올까 싶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킹의 트레이드,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힘이 발산되어 뭔가 좀 깡그리 때려부수고 깔아 뭉개야 시원한데, 이번 소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주인공이 아무 힘(초능력은 커녕 캐릭터의 매력도)이 없었다. 적어도 2권까지는. 마을이 돔이 갇혀 우왕좌왕하는 꼴만 보고 있으려니 속이 타서 더 이상 읽은 것은 무리겠다 싶어 내려놓았던 것이다. 내가 킹을 좋아하는 이윤가 뮌데? 순문학 독자들은 유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주류에 비껴나 있는, 혹은 소외된 주인공의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힘의 발산해서 세상을 들었나났다하는, 거기에서 카타르시스의 절정을 느끼는 거니깐.

 

 

 

이 소설 처음 나왔을 때, 이야기 소재가 심슨의 극장판 영화와 유사하다고 해서 말들이 많았다. 이러한 방응에 킹은 위의 심슨 영화를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자, 킹의 팬들이 닥달같이 달려들어 당신같은 팝문화광이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심슨 영화의 크리에이터인 Matt Groening와 함께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활동했는데,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돼? 라고 몰아부치자, 킹은 1978년에 비슷한 상황을 설정한 소설을 생각해 냈고 1985년쯤엔 <카니발>이란 제목으로 미발행 소설로 썼다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IBM 타자로 친 60여 페이지의 초고를 올려, 영화 심슨을 표절했다는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심슨을 제작한 측에서도 킹의 소설에 대해 왈가왈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변호사의 나라에서, 게다가 소설가로서 벌어들이는 돈이 상상을 초월하는 그에게 표절 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서), 심슨의 크리에이터 Matt Groening가  킹의 미발표 원고를 보고 심슨영화의 소재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여하튼, 한바탕의 표절 소동이 어떻게 끝나든, 이 소설에서 맘에 드는 것이라고는 소설적 상황과 제목뿐. 언더 더 돔이라는 갇혀 있는 상황이 어떤 소설적 소재로 단순히 치부되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 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살면서 정말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 구태의연한 인식의 폭,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갈등과 투쟁 등등.

 

나를 둘러싼 세상이 돔 안에 있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돔이 둘러쳐져 있지 않다 뿐이지. 내 삶이 돔 밖의 세계에 있다고 그 누가 장담 할 수 있겠냐 말이다.  흔히 말해 갇힌 세계, 혹은 체제에 대한 저항은 수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이고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우리 모두는 돔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나의 일상이 갇힌 세계이고 닫혀 있는 세상이다. 돔 밖으로 나가야한다면 투쟁을 저항을 해야 하는데, 내 삶의 에너지가 과연 그 돔을 깰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언더 더 돔만한,  갇힌 세계에 대한 비유와 상징만한 것도 없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3권에서 돔을 누가 깼을까 싶다. 과연 그 닫힌 세계를 내부에서 깨졌는지 혹은 외부에서 깨고 들어갔는지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살고 思考 하는 세상 그리고 인식의 틀을 돔처럼 내부에서 서서히 깨고 좀 더 밖의 세상으로 두려움 없이 나가고 싶다. 외부에서 깨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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