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애들이 방학했다. 10시30분에 끝난다길래 그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마중나와 애들을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왠지 집에 들어가는 게 아쉬워, 나온 김에 방학기념으로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해서 애들하고 청량리 롯데마트겸 시네마 갔다가 볼만한 영화 시간대가 안 맞아 영화는 못 보고 푸트코트가서 밥 먹고 이것저것 주전부리 하다가 집에 돌아와 컴을 켜니 정봉주 전의원 유죄확정이라는 기사보고 확 기분이 잡쳤다. 씨발이라는 욕이 절로 나오더라.
나라 돌아가는 꼴상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유죄판결확정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맘이 무겁다.
내후년엔 꼭 정권 교체 이뤄서 이브라더스도 감빵에 보내고 말테다,라는 굳은 결심이 어느새.... (주먹 쥐고)불끈 생긴다.


작은애 영어공부방 데려다 주는 김에 도서관에 들린다고 지난 번에 빌렸던 책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남극의 셰프>는 영화보다 못했다. 영화도 작년 이맘때 보러 간 것 갔는데, 큰애 친구들 엄마하고, 스폰지 하우스였나.
일본인들의 글이 개인적이고 너무나도 비슷한 동양권의 친근한 일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공감도 많이 되긴 하지만, 이 책은 저 먼 극지방까지 가서 한 체험을 이렇게까지 일상적으로 묘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루해서 읽다가 몇 번을 꾸벅꾸벅 졸았다. 막판에는 대강대강 읽었다. 진실로 놀라운 것은 남극까지 가고 그 곳의 추위와 열악한 환경을 모두 체험을 한 저자가 남극에 대해 아는 게 쥐뿔도 없었다. 정말.
반면에 <물리학의 최전선>은 전체적인(끝내 못 읽고 기한되서 갔다 주었는데, 무슨 전체적인 이해도) 내 이해도가 30~40%대였지만, 같은 남극체험을 해도 인상적으로 묘사했다. 자신이 아는 남극탐험대의 에피소드 그러니깐 아문센과 스콧 그리고 새클턴의 처절한 모험을 이야기하면서 스콧의 경우 그들이 무사귀환이 실패한 이유로 남극에서 가져온 실험자원을 버리고 빈 몸으로 왔더라면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탐험대가 끝내 포기하지 않고 가져온 자원을 연구함으로써 남극의 물질에 대해 더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는..... 저자는 과연 스콧의 무사귀환이 실패했지만 그가 행한 업적(사실 대부분이 사람들에게 그는 남극도전에 실패한 모험가로 알려졌기에)에 대해서 독자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글이란 적어도 이정도는 되야되지 않나 싶었다. 이야기를 하려면 뭐 양념거리는 좀 있었줘야지. 글도 맛있게 먹지.
한권은 지루하고 한 권은 다 읽지 못해 찝찝한 상태에서, 두 권의 책을 반납하고 나오는데, 차를 누가 긁고 간 게 눈에 확 들어왔다. 차 앞부분을...눈이 확 뒤집히면서 열이 바짝 오르더라. 그러지 않아도 안 긁히려고 무진장 애 썼는데...아주 양심을 밥 말아먹었나. 적어도 연락처는 남기고 갔어야지. 이번에도 개새끼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ㅠㅠ. 복원하는데 십만원 달라고 할 것 같은데, 월급 타 봤자 이리저리 다 빠져 나가고 얼마 남아 있지도 않는데.
여하튼,열 받을 데로 받은 상태에서 집에 돌아와 좀 전에 돌아와 돌린 세탁기 안에서 핸폰 발견. 딸애의 더러운 외투를 빨려고 세탁기 안에 넣기 전에 주머니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내 실수는 맞긴 맞는데... 집에 오면 핸폰을 꺼내 놓으면 어디 덧나나. 엄한 작은 애한테 화풀이를 다 했다. 찍소리도 못하는 애를 보고 있자니 안스럽고. 아, 정말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