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파란여우님이 쓰신 <제1권력>이라는 리뷰를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찌찌직 하고 뭔가가 번득이며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저기 신문 신간에 소개되었던 그 책에 구미가 당겼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과 읽어봤자 없는 성질만 돋궈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구입을 꺼린 책이었는데, 책보다 리뷰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하핫. 솔직하게 말하면 가격이 무서워서 지르지는 못하겠더라는. 여하튼 요즘 인터넷 서점의 대세는 책보다 리뷰라고...리뷰를 읽고 또 읽었다. 

그의 글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삼성을 떠 올렸고 그의 문장을 치환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은 미국식 자본주의 대명사이며 성공한 자본주의의 왕관을 쓴 주인공이다. 두 기업 대신 나는 삼성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그 자리는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이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자리였다. 삼성을 나쁜 기업이라고 매도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리고 삼성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도 아니다. 장준하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했던 것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삼성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 나라 대들보, 대표기업 아니던가. 더군다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목숨까지도 내 놓을 기세로 열심히 일한, 삼성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일군 것은 결국 20만명의 직원들의 몫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를 꼬트리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20만명의 임직원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란....(씨익)말 안해도 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삼성이 괴물처럼 다가왔다. 대한민국 단 한사람도 삼성이 절대로 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파멸이 되고 자신들이 누려온 물질적인 향락이 무너질까봐 두려워, 한마음 한뜻으로 삼성이라는 괴물기업을 응원하는 마음.

그러한 마음이 나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섭다.  어느 한그 기업이 한 나라의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서, 비리를 저질러도 어느 누구도 그러한 비리를 저지하거나 지적하지 않은 채, 눈 감아 주는, 우리나라는 삼성 없으면 절대 안돼, 라면서 떠 받들어 주며 오히려 문제 제기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더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파시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자금 조성, 탈세 그리고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법의 판결을 받기 위해 기다려도 법원에서조차 유야무야하게 넘어가는, 심지어 사면까지 받아내는 삼성의 위상을 보면서 우리 나라 제 1권력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삼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조치에 대해 몇 명의 지식인들의 반발을 제외하고 당연히 사면 받아야한다는, 대한민국 대중을 보면서, 이런 걸 파시즘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정치체제는 분명 엄청난 대중적 기반위에서 조성된 합법적인 정당한 정권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삼성 또한 엄청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경제적인 파시즘의 뿌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래 좋다. 우리 나라에서 삼성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분명 휘청거릴 것이다,란 주장에 동의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삼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지지를 보면서 나는 의아하게 생각된 것이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삼성은 바로 이씨가문의 것이다,라는 것이다. 공식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삼성 = 이씨. 이 공식은 아인슈타인의 공식 E = mc^ 보다 더 확고하게 세뇌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 공식은 절대 깨어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그 유명한 장준하 교수조차 이씨가문이 삼성을 지배하는 것이 외국자본에 의해 기업이 쪼개지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난 삼성의 모든 비리는 바로 저 공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문이 누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말이 그렇지 히로세가 말한 우리나라 제1권력 아니고 뭐란 말이냐!) 온갖 편법적인 비리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같은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대한민국에서 제1권력의 유지와 승계에 있다고 본단 말이다.  한 가문이 하나의 기업을 창업했을지언정그 기업을 다음 대까지 승계할 만한 이유는 없다. 이씨 가문이 삼성의 대주주로서 가지고 있는 주식는 겨우 1%인것으로 알고 있다(삼성 주식의 50% 외국인의 몫). 1%의 몫으로 그들은 거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 사실 좀 웃기는 것중의 하나는 직원들에게는 겨우 몇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임직원들은 몇십억원의 성과급을 가지고 간다는 사실. 그것이 자본의 최대수혜라고 한다면, 그건 또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자본주의라는 말할 수 있다. 아니 누구는 월급이 안올라 고구마로 떼우며(아프님 죄송해요^^) 단지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억원씩 가져갈 수 있냐는 말이다(말도 안되는 자본주의!).  

삼성이 꼭 이씨 가문의 소유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삼성은 삼성이라는 기업이지 그 기업이 이씨 일가의 기업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물론 내가 장준하교수보다 경제를 잘 알아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개의 리뷰어 한 명쯤은 삼성의 창업자가 삼성을 세습처럼 지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좀 더 능력 있는 경영자가 나와 차세대 삼성을 이끌 수 있다면 삼성에게 그보다 더 좋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삼성을 닥달한 필요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은 그 얼마나 뻘쭘한 선동적인 정치 문구인가. 현실은 권력에 이끌려 다니면서. 우리가 국민으로서 그 권력을, 1권력을 지켜내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비리에 대해 한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  

장준하 교수의 인터뷰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0406103605355&p=sisa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