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의 49kg 

지난 수요일부터 장에 탈이 나서 화장실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들락날락했는지 모른다. 처음엔 장염이라고 생각도 않고 시간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매실만 물 마시듯 마셨다가 금요일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애들 학교 보내고 병원에 갔더니, 장염이란다. 의 사의 약 처방을 받아 들고 이틀치의 약을 먹어서 그런지 좀 나아진 거 같았다. 그래도 약 먹으면서도 뭐 화장실에 한두번은 드나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일요일 저녁에 목욕탕에 가서 몸무게 쟀을 때, 나 기대했었다. 음하하핫, 내가 드뎌 몸무게 50kg대를 벗어나는구나 싶어서. 기대만땅하며 몸무게를 재보니, 50.9kg 아니 이거 뭔가 잘못 되었지, 싶었다. 평소 50.1kg 나가던 나였는데.... 설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51kg 에 육박한다 말이야. 오, 노노노!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다가 

생각해보니,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면서 무척이나 허기져 저녁 무렵에는 배 터지게 먹는 날이 연속이었다.  배 터지도록 말이다. 아, 난 언제쯤 49kg하는 몸무게를 가져 볼 수 있을까? 굶어보라고. 미쳤냐! 절대로 굶은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다. 하루 한끼 안 먹으면 머리가 핑 도는 나인데, 어떻게 굶는단 말이냐. 나는 20대 시절부터 먹는 것은 절대 사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단 먹고 보자주의여서 주변에서 굶거나 약으로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 이해 못 하겠다. 인생 얼마나 산다고 굶겠다는 거여! 차라리 먹고 운동을 하는 게 낫지. <---- 이렇게 말해도 요 며칠 걷기운동도 하지 않았다. 걸으면 배가 살살 아파 화장실 가고 싶어서. 여하튼 꿈의 49kg 이구나! 

2. 내가 아줌마 다 되었구나, 하고 절실히 느낄 때 

겨울만 되면 옷을 이것 저것 껴입는 편인데, 요 한 일이년 사이 다리쪽에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레깅스와 힙워머를 입고 그것도 모자라 기모 바지를 입고 다닌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차려 입어도 다리는 추운거라. 그래 길거리 옷 가게에서 파는 패딩바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근데 그 패딩바지라는 게 좀 그렇다. 두툼하니 좋긴 한데 입으면 모양새가 영 뽄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물론 내다리가 쭉쭉 빵빵 빠진 롱다리라면 패딩 바지의 두툼함도 어느 정도 커버하겠지만 이건 짜리몽땅해서 입으면 난쟁이 옷 입은 거 같아,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따스한 게 더 좋지 않을까하고,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친정엄마한테, 엄마, 나 패딩바지 하나 사 입을까? 했더니, 우리 엄마하는 말, 기모 바지 입고 있잖아!  그거 입어도 추워서... 했더니, 날  유심히 쳐다보시면서, 니 나이에 무슨 패딩바지야! 요즘은 할머니들도 패딩바지 잘 안 입고 다녀. 그냥 기모바지 입고 다녀! 아직 너 나이면 기모 바지면 충분해, 하신다. 아, 저럴 수가. 엄마한테 사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직 젊다고 기모 바지로 만족하라니...서운했다.  

애업고 애달고 다닐 때는 최대한 얇은 옷으로, 간편한 복장으로 추운 겨울 밖에 돌아다녀도 추웠는지 몰랐는데, 애들이 내 곁에서 다 떨어져 나가면서 이상하게 추위를 탄다. 한마리의 곰처럼 디룩디룩 입고 다니는데도 춥다니. 이거 말도 안돼! 늙은 나이가 변명이 되려나. 진짜 아줌마 다 되었구나 싶다. 지하철에 자리나면 예전에는 안 앉았는데 요즘은 자리 나길 기다리니... 슬프다.  

3. 다리와 조선무 

저렇게 추위를 많이 타는 딸년한테 기모바지로 만족하라는 엄마도 생각해보면 딸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허벅지는 두꺼운 편이 아닌데, 종아리가 거의 조선무 수준이다 보니 치마를 입거나 반바지를 입으면 무 2개가 서 있는 거 같이 보인다(그래서 주로 사람 만날 때는 긴바지를 입는다는). 그래 언젠가 엄마한테 엄마, 나는 종아리가 가늘었으면 좋겠어. 너무 두꺼워! 했더니 우리 엄마 이러신다. "니, 다리가 어때서! 난 가는 다리로 돌아다니는 사람 보면 저런 야윈 다리로 어떻게 걸어다닐까 싶은데, 오래 걸을 수 있을까 싶은 게. 니처럼 튼튼하면 보기도 좋고 걷는 것도 부담없고 얼마나 좋으냐!.........처음엔 그런가,하고 수긍했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도대체 위로인지 기 죽이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딸년에게 위로한다고 앞뒤 구분하지 않고 하신 말이다. 받아 들여야지 어쩌겠는가. 조선무 수준의 다리로 튼튼하게 잘 걸아야다니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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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8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으로 2009-12-08 12:23   좋아요 0 | URL
내 몸무게가 몇인지 모름...50키로 육박할즈음 부터 안 잼.ㅜㅜ
둘째 만삭때도 50인가 51이었고 나이들어도 50 안 넘을줄 알았는데
지금 상태라면 60까지 가면 어떻게 하는 불안함이 엄습...
요즘 방콕 하고 있어 그나마도 중랑천 걷기도 안하거든요.
난 다리보다 상체가 더 춥던데.^^

기억의집 2009-12-08 13:1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랬잖아요. 몸무게 불면 답답하고 갑갑하던데..
장에 탈나서 걷기 운동 안 했더니 금방 티 나네요. 먹고 운동 안 하니깐 살로 가잖아. 아, 괴로워~~ 먹고 싶은 것은 많고 덜 움직이고 이를 어쩌면 좋아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