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기념회

아줌마다운 용기와 주책을 무기로 파란여우님께 꼭 뵙고 싶다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는 만용을 부렸다. 몇년 동안 개인적으로 난 파란여우님의 깊고 넓은 글에 대한 선망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딱 부러지는 그 분의 까칠함에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리뷰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한 힘과 냉철함이 그 분의 이미지를 대신하였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고나 할까나. 여하튼 막강한 아줌마다운 친화력이 무기인 나에게도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파란여우님에 대한 일상적인 소식은 평소 아영엄마님댁에 놀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파란여우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라는 지나가는 말로 우회적으로 묻고 했다. 그러던 차에 들려온 파란 여우님의 서평모음집 소식, 아싸!  정말 좋은 기회가 싶었다.  파란여우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출판기념회에 어떻해든 참석하고 싶었다. 내 비록 밤낮으로 애들한테 잡혀있는 몸이지만 여우님을 만날 수 있다면! 밤이곤 낮이곤 상관 없이 가 뵙고 싶었다. 그래서 여우님께 뵙고 싶다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고 그 소원은 이루어졌으니.... 애들한테는 아빠 금방 올 거니깐 아무한테도 문열어주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고, 애아빠에게는 아는 언니를 잠깐 만나러 간다고 뻥치고 나와 인사동으로 고고~~씽~~~~ 우히히, 이게 몇 년만에 나오는 종로의 밤거리더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지만 근 몇 년만에 종로의 밤거리를 걸으니 들썩거리는 묘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사실. 인사동 근처의 꽃집에 들러 장미를 살까 이리저리 한참을 구경하는데 강렬한 보라색꽃이 보여 이게 뭐에요?라고 물으니 천일홍이라고. 꽃집여인네가 이 꽃은 천일동안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천일홍라고 한다고 했다. 천일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장미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천일홍으로 낙찰!꽝! 한아름의 꽃을 들고 모임 장소로 가자니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거라. 아씨, 난 알라딘에는 아는 분이 없어서 뻘줌할텐데, 괜히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엇다. 그래도 파란여우님 한번 뵙고 싶다는 열망에 구석에 쳐 박혀 있더라도 만나 뵙자! 하는 용기가 들더라. 모임 장소인 가게안을 들어가니 벌써 파란 여우님과 알라딘 파워 블러거님들이 와 계셨고, 파란 여우님 뵌 순간, 삐리링 나 놀랬다는 거 아니니! 내 머리 속에 박혀 있는 깐깐한 이미지의 여우님은 어디 가시고 연약하시고 이웃집 아줌마같은 넉살 좋은 인자하신 분이 파란 여우님이시라는 말에 허거덕.   


이 사진속의 파란여우님 깐깐해 보이죠! 전혀, 네버 아니랍니다. 실물은 더 인자하세요. 글구 말씀도 차분하시니 글에서 보여준 여우님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여서 깜놀했답니다. 저는 깐깐한 분 찾으면 되겟지 싶어 파란여우님 앞에 계셨는데, 파란여우님 두리번 거리며 찾았어요.

딸기님이 옆에서 사진 찍으라고 부추키셨는데, 애아빠한테 나 아는 언니 잠깐 만나러 가! 라고 해놓고 저기 갔다는 사실이 뽀록이라도 나면 어쩌라 싶어서 극구 사양 모드. 여러 매체에서 오셔서 취재하셨고 나중에 조중동은 왜 안 왔는지 궁금해 한겨레 기자분께 여쭈어 보았더니, 파란여우님과 블러거님들이 거절하셨다고 들었다. 그럼 그렇지! 워낙 알라딘이 진보성향이어서 조중동기자들을 초대할리가 없겠지 싶엇다. 알라딘에 친분 있는 분이 없어 나는 휘모리님 옆에 착 달라 붙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음식이 나와 간만에 고급 음식을 먹어보았다는. 단지 가무는 싫어해도 음주를 좋아해 내가 그 곳을 빠져 나올 때까지 맥주 한잔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는. 주말 전날인데 어쩜 그렇게들 술 한잔 안 하시는지. 맥주 한잔이 굴뚝 같았던 내 맘도 몰라주시고 흑.

한겨레 기사 보니 장정일때문에 통했다, 라는 문구를 발견했는데 사실 내가 그런식으로 말했다기 보다는 제가 장정일을 좋아하다보니 파란여우님이 96년에 쓴 장정일의 공부 리뷰 인상적이어서 너무 반가웠어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장정일은 내 오랜 책연인이다 보니 파란여우님의 그 때 그 리뷰에 눈도장을 찍었고 그 이후 파란여우님의 독서항해를 뒤따라가며 모험을 즐겼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엔 좀 버거웠지만. 기자님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파란여우님의 조리 있는 대답. 끊임없는 질문에 아마도 파란여우님은 말씀하시느냐고 음식도 별로 못 드시지 않았나 싶다. 여우님, 많이 못 드셨죠?  

여우님은 출판 기념회에 약간 불만을 드러내셨지만 그래도 나에겐 올해 최고의 즐거웠던 모임이었다. 파란여우님이야말로 지난 몇 년동안 나의 책연인이었고 선배였기 때문에 그 분의 말씀 하나하나가 정겨웠고 흥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거라. 요즘 내가 책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파란여우님의 책출간은 한 알의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이런 저런 책 이야기가 오가는, 그 분위기를 오래동안 즐기고 싶었지만, 가방 속에는 끊임없이 나를 찾는 핸폰이 울려 드뎌 올것이 왔구나! 싶어 아쉽지만 나만 10시 넘어 자리를 떠야했다. 황급히 나오는 바람에 파란여우님과 다른 블러거분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이 자리를 빌어, 파란여우님 그리고 블러거님들 즐거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파란 여우님, 그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다음 12월 12일에 다시 한번 더 뵙겠습니다. 아, 이번엔 애아빠한테 무슨 핑계를 되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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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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