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애아빠가 10개월 할부로 그어 지금까지 할부금 날아오는 100만원짜리 시사인에 이런 연재를 하고 있다. 끊어보기. 끊어보기의 소재는 다양한데, 인스탄트 음식, 밀가루 음식, 페트병, 핸드폰 등등.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 중독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 증상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몇달만이라도 한번 끊어보자는 것이다. 끊어보기의 소재를 보면  내 경우에는 밀가루 음식이나 핸드폰 같은 것은 몇달 동안 독한 년 소리 몇번 들으면 참을 수 있는 것들이다. 밀가루 대신 밥을 좋아하고 핸드폰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미련이 있는 물건도 아니다 보니 그런 것들은 쉽게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뭔가를 끊어야한다면 바로 책이다. 책읽기 말고(한 일이년 책 안 사도 읽을 책이 넘쳐 난다) 책 주문하기 말이다.  예스든 알라딘이든 한 몇달 동안만이라도 일반회원으로 눈부시게 등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란 말이다. 현재 예스는 로얄등급으로 내려가고 알라딘은 중고샾때문인지 언제나 플래티늄이다. 아, 여기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린 곳이 중고샾이다. 어떨 때는 맘에 드는 책이 올라왔어도 금방 빠져버린 것에 안도감을 느낄 정도로, 중고샾의 중독성은 마약 그 이상이다. 당장 사 놓고 읽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덜커덕 책을 사 버리는지. 내 속을 나도 모르겠다. 그나마 요즘은 읽지도 않고 사는 책에 대해 자책을 해서 그런지 책주문을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남편이라도 책 사재기에 제동을 걸어준다면 그나마 책 사재기가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린만도 한데, 책 사는 것에 대해 그렇게 뭐라 하지 않는 남편인지라 꺼리김없이 더 사는 거 같다(고마운 남편 같으니라고!). 일단 인터넷 서점을 순례하지 않고 친구들 방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일주일은 한 두번은 주문하고 있다능. 으이구. 일단 독한 년 소리 들더라도 책구매 끊어볼란다.

올해 내 나이 딱 마흔이다. 어디에선가 여자 나이 마흔이면 정말 매력적인 나이라고 하던데, 아직 초반이라서 그런지 실감 하지 못하겠다. 올해 들어와 유독, 책 사느냐고 언제나 추레한 나에게 친정엄마가 화장 좀 하고 이쁘게 하고 다니라고 성화를 하신다. 여자 나이 오십 넘으면 아무리 이쁘게 꾸미고 다녀도 안 이쁘다고. 애 어느 정도 키웠으니깐 화장도 하고 기미 안 생기게 신경도 쓰고 옷도 이쁜 옷 사 입으라며 돈도 건네 주었더랬다. 심지어 근처의 옷가게도 끌고 가기도 했었다. 그랬다. 책 사제끼냐고 나 그 동안 여자이기를 포기했었다. 오천원짜리 티하나로 몇년을 버티고 파마는 일년에 한번 겨우 맘 먹고 하다보니 머리는 언제나 부시시하면서도 책 사는 몇 십만원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책이 배달되어 오는 시간 내내 행복에 겨워 셀레임으로 책을 받아 들이곤 했다. 그랬던 나였기에, 친정엄마의그런 이뻐지라는 성화가 짜증스러웠는데, 요즘 내가 좀 변하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이뻐지게 비칠 수 있는 나이가 딱 10년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위기감을 느끼지 시작했다고 할까나. 책은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지만(흐흐 그래서 눈영양제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는) 이쁠 수 있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쭉쭉빵빵 몸매도 천하일색 양귀비의 얼굴은 아니더라도 이쁘게 꾸며서 손해볼 것은 없단 말이지. 나의 겉모습을 포장해도 이쁘게 봐 줄 때 해야되는 게 아닌가. 나이 들어 젊게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정도껏이겠지. 마냥 젊게 살 수가 있을까나.

책 주문은 덜 한다고 하지만 읽을 책이 저렇게 많은데, 일주일에 한 두번도 이젠 많다고 주문을 걸어볼까 한다. 그 주문이 제대로 먹힐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딱 석달만 책을 사지 않겠습니다같은 거. 요즘 책값도 만만치 않고, 만원 이하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서 책장에 쟁겨두기만 하는 책.책.책 이제 그만~~ 외치며 말라깽이진이나 주문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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