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크면서 커다란 변화는 그림책을 덜 산다는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진짜 아주 조금씩만 사 들인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작가 혹은 주제별로 관심가는 그림책만 구입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관심가는 작가로는 윌리엄 스타이그, 크리스 알스버그와 알스버그를 통해, 그림책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 상에 모리스 센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센닥의 작품들은 닥치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수집하고 있고(아.마.도 나만큼 센닥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언젠가 센닥이야기도 해야지), 주제별로는 신데렐라, 알파벳북, 고양이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 정도이다. 이 외의 주제중에 <춤추는 열두명의 공주>,<호두까끼 인형>이나 <눈의 여왕>도 수집하다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일단 이런 주제들은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고, 이베이나 알리브리스에 들어가 검색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돈부자가 아니라서....(아, 올해 서평도서단 신청하면서 행복했던 게 생애 처음으로 공짜책 실컷 받아보았다는. 한해에 공짜책 20권 넘게 받는다는 게 그리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지금 소개하는 그림 형제가 수집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춤추는 열두명의 공주>는 수집한 책이 네권 밖에 되지 않아, 내세울 것은 없지만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책을 수집하면 일러스트 작가가 선호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글에서 뽑아 낸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형상화 했는지를 알 수 있고, 일러스트 작가가 글 전체에서 통합해낸 이미지를 화면 분할을 통해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일러스트 작가마다 비교해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우리의 일러스트 작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주제별로 그림을 모으다보면 책 전체에서 감지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단 한장의 그림으로 이미지화 할 수 있는데, 솔직히 그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책일러스트 작가들중에서 시공사나 비룡소의 그림책 전권을 다 구비해놨는지, 그림책 작가들을 몇명이나 알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싼티 나는 라인과 제대로 그려 놓지도 못하는 눈동자(제발, 스타이그의 한 두 작품이라도 습자지 대고 그려봤으면 좋겠다. 그의 작품이 보기에 우스워 보이지,  라인만으로도 그는 꽉 차고 풍부한 화면이 나온다, 그게 그리 쉬운 줄 아남) 허접한 배경 등등. 리뷰어들의 불만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아 놔~    

<춤추는 열 두명의 공주>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책이미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Kay Nielsen/신서관 동화집/카이 닐센 춤추는 열두 공주  

개인적으로 아들애한테 우스개 소리(사실 진심이 담긴)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민준아, 일어 배워서 엄마 이 책들 해석 좀 해줘! 너 일어 잘하면 세계문학 다 읽을 수 있다,라고 말이다. 흔히 출판대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절판된 책을 일본 아마존에서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 만큼 일본인들의 책욕심이라고 해야하나. 없는 책이 없다. 어떤 쟝르를 가리지 않고 방대한 양의 책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이 나라처럼 솔솔한 나라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세기 가까운 시대에 살아 활동했던 카이 닐센같은 이런 책들은 우리나라에 나올 일도 없고 사실 관심 가져주는 출판인도 편집인도 없을 것이다. 카이 닐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http://www.wendybook.co.kr/list.php?ac_id=114&ai_id=7476 로. 20세기 초의 카이 닐센의 일러스트한 세 편의 작품을 이 동화책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집의 <춤추는 열두명의 공주> 삽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보여준 일러스트만이 수록되어 있다. 비싼 돈 주고 카이 닐센의 작품을 한 장면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아르누보풍의 일러스트와 현재의 감각에도 뒤지지 않은 색감과 세련되면서 가는 라인 처리 그리고 우아한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이 장면, 12명의 공주가 자신들의 방에 있는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가 지하세계의 궁전으로 가는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숲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4명의 작가들 모두 이 장면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눈여겨 보시길. 







The Twelve Dancing Princesses (Picture Puffins)  작가 : Eroll le cain  

아마존에서 작품이미지를 가져왔지만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은 일본판. 에롤 르 케인에 대한 작가 소개가 일어로 써 있어서 어떤 작가인지 상세하게는 모르지만, 41년생으로 작가연본에 나온 것으로 봐서는 60,70년대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생존해 있는지조차 잘 모르며 이름만으로 추측해보건데,  프랑스 국적의 작가가 아닐까나(일어 잘 아시는 분, 나중에 저 해석 좀 해주세요). 작가는 일본에서는 인지도가 높은지 이 작품 말고도 꽤 많이 다른 작품들이 출간되어 나오는데, 주로 전래동화나 흔히 명작 동화 혹은 안데르센 작품에 그림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의 신데렐라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이 <춤추는 열두명의 공주>는 미국이나 일본에서조차 절판인 상태(미국 아마존에서 헌책으로 구할 수 있긴함). 일러스트 작가 자신이 독특하고 이쁜 그림체이지만 작가 네임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거 같다. 일러스트가 아무리 독특하다해도 자기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 대칭으로 사실적인 그림을 기하학적인 느낌이 나도록 그리는 것이 작가의 특색중 하나



 



 

 

에롤 르 케인은 다른 작가들과 달리 세개의 숲길 중 실버 숲과 골드 숲의 이미지를 형성화 했다.  이 사람의 그림은 화려함과 동시에 장식적이긴 하지만 장면처리는 롱과 미디움 숏으로 잡았으며 등장인물들의 감정표현은 직접적이지 않다.   



The Twelve Dancing Princesses (Mulberry books) 

일본태생의 작가지만 미국내에서도 이런 명작 동화 작가로 잘 알려진 크레프트(저 그림 눌러주세요. 아마존으로 직행합니다). 더 할 나위 없이 인물적인 그림책 작가이다. 위의 르 케인이 주로 배경과 행위가 주라면 크레프트는 롱과 클로즈업(인물샷)에 중점을 둔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고 특히나 남주인공 피터의 놀래는 표정은 압권인데, 공주 그림책에서 그림형제의 원전을 재해석한 Marianna Mayer의 이야기 변형, 일반적인 남자주인공이 신데렐라처럼 신분상승의 이야기도 놀랍다. 그림책의 첫씬은 여느 그림책과 달리 밑의 그림에서 보듯이, 남자 주인공이 장식한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은 우리가 놓친 부분을 다시 해석함으로써 이야기의 재미를 더 한다는.  


  

전래동화다보니 이야기마다 주인공의 이름이 다 다른데, 이 책의 여주인공 이름은 엘리제, 여주인공의 화사한 초상화를 그린 것은 크레프트가 이 네권 중에서 유일

 

크레프트의 숲 통과 장면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사실 골드 숲을 지나가는 장면인데, 금빛이 반짝이는 느낌이 날 정도. 

  

이 책의 독특함은 피터(역시 남자주인공 이름이 다름)을 첫씬에 과감하게 집어 넣더니 남자 주인공의 놀래는 얼굴의 클로즈업 화면도 그려 놓았다는 것.(찍었는 줄 알았더니 안 찍혀있어서 이미지를 못 올렸다)



The Twelve Dancing Princesses루스 샌더스의 <열 두명의 춤추는 공주> 

역시 위의 세 명의 일러스트와 마찬가지로 전래나 명작동화에 일러스트 매진하고 있는 작가인데, 전형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드는 작가이다. 이 작가는 드레스를 정말이지 매력적으로 그리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그림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묘한 이질감도 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년에 절판으로 떠서 알리브리스에서 비싼 돈 주고 구입했건만, 흑 지금 다시 발행하고 있다. 어쩐지 왜 이런 좋은 그림책이 절판일까 했다. 워낙 이 작가는 그림이 화려하고 장식적인, 이런 류의 그림에 전형적인 작가여서 이쁘다,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글에 다른 해석도 없고 원전에 너무나 충실하고 충실한 그림책 작가중의 한 명인데, 루스 샌더스를 보면 그림에 아무리 재능있는 작가라도 글을 휘어잡을 수 없다면 그림책 작가로서 명성은 드 넓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위의 작가들은 이 글을 수십번도 수백번도 더 읽고 되내이고 머리 속에 그렸을 것이다. 이야기의 극적인 부분에서 일러스트 작가들이 형상화한 이미지들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일러스트 작가들마다 한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려내는 이미지들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들마다 자신의 선호에 따라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이미지들이 있고, 그 이미지들은 통합적으로 독자들에게 기억되어진다라고 생각한다. 글에서 이미지를 뽑아내 글과 대등한 관계로 형상화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재능의 결과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일러스트 작가가 바로 모리스 센닥이다.

한때 나는 센닥을 아주 우습게 본 적이 있다. 그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을 아이들에게 선택해 읽어줄때만 해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다른 판타지 그림책들과 뭐가 다르다는 거야,라며. 하지만 지금 내가 그를 그림책계의 거장이라고 인정하게 된 것은 그의 작품을 수집하게 되면서 그가 무수히 많이 그려낸 일러스트 때문이다. 그는 유명 작가의 밑에서 많은 일러스트 작업을 군소리 없이 해 냈으며 그러한 작업의 결과로 탄생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가 전작의 결과가 없었다면,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글의 이해가 없었다면 결코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은 편집자 중요성이 강조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의 무수한 노력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작품이란 말이다. 그는 글에서 적절한 이미지를 뽑아내는 방법을 오랜 기간 동안 터득했으며 자신의 그림체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많은 일러스트 작가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 바로 저 긴 길이 아닐까 싶다. 매번 같은 주제의 그림책을 다른 작가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글을 장악한 그림에 투영된 작가들의 노력이다.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그림을 보는 거 그리고 느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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